시한폭탄에 비유될 만큼 화급한 국민연금의 개혁작업이 다시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야 합의로 발족한 국회 국민연금제도개선특위가 2월 28일로 예정된 마지막 회의도 열지 못한 채 자동 해체됐다.
특위는 그 동안 세 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그나마 위원장 뽑고, 운영위와 소위 구성절차만 논의한 것 뿐이니 개점도 하기 전에 문을 닫은 꼴이다. 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보면서 과연 국회가 민의를 대표하는 입법기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근본적 회의가 든다.
정부가 국회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벌써 2년 4개월 전이다. 그런데도 소관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조차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없이 장외 공방만 하다가 여론에 떠밀려 할 수 없이 제도개선특위를 만든 것인데, 특위마저 흐지부지 해체됐으니 과연 연금법 개정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여야가 법 개정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한 발짝도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뻔하다.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국민에게 더 부담을 지우는 개정안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이다.
여야의 연금정책도 각자 합리적인 안을 내기보다는 상대 안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파행을 보여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는 연금액을 줄이지 않겠다고 공약했으나 집권 1년 만에 지급액을 줄이는 개정안을 내놓았고, 한나라당은 대선 전에는 지금 여당안과 비슷한 개혁안을 주장하더니 최근에는 기초연금제 도입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어 타협을 어렵게 하고 있다.
정치권이 말싸움만 하는 사이 국민연금은 더욱 망가지고 있다. 연금법 개정이 지연됨으로써 한 해 늘어나는 추가부담액이 7조~8조원에 이른다. 현재 100만명 수준인 연금 수혜자가 2008년이면 323만 명으로 늘어나 법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렵게 된다. 2047년 재정파탄이 예고된 국민연금의 폭탄 돌리기는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이제는 여야 대표가 나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