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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5) LG전자의 전방위 상생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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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이 경쟁력이다] (5) LG전자의 전방위 상생경영

입력
2006.03.0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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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오산시 가수동 LG전자 오산공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펼치는 상생경영의 모범답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TV, 오디오, 휴대폰 등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작하는 이 공장에서는 드릴, 회로, 접층, 동도금, 납땜방지(SR) 인쇄, 외곽가공, 전기검사 등 10여 가지의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공정은 LG전자가 직접 간여하고 있지만, 동도금 분야만큼은 오알켐이라는 협력업체가 맡고 있다.

동도금은 PCB에 전기가 통하도록 하는 공정. PCB가 사람의 뼈라고 한다면, 동도금 작업은 살과 뼈를 연결시키는 혈관역할을 한다. 당초 LG전자가 공정을 맡아오다가 2003년 동도금에 관련된 시설과 관리권을 모두 오알켐에게 넘겼다.

LG전자와 오알켐의 관계는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PCB공정에 쓰이는 대다수 화학 약품을 수입에 의존하던 터라 LG전자 같은 대기업조차도 PCB수입업체의 폭리 등 횡포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약품가격문제를 해결할 방책으로 LG전자는 오알켐에 약품을 직접 만들어 볼 것을 제의했고, 오알켐은 흔쾌히 제품개발에 나섰다. 오알켐은 LG전자 기술진의 지원아래 일부 약품을 국산화해 제조원가를 30%이상 낮추는 데 성공했다. 현재 200여 종의 PCB관련 약품 중 80여 종을 국산화했고, 지금도 꾸준히 국산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LG전자가 오산공장 동도금 라인을 오알켐에게 넘기는 데는 두 회사의 신뢰가 토대가 됐다.

LG전자 오산공장 이진영 PCB사업부장은 “원가절감 등을 위해 PCB 일부 라인을 아웃소싱키로 하고 대상을 물색해왔다”며 “오알켐은 PCB 제조용 약품을 처음으로 국산화한 회사로 이 분야에서는 상당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 적임자로 선정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오알켐 황승희 경영기획과장은 “우리로서는 생소한 분야였지만 LG전자 직원들이 수시로 현장을 방문, 교육을 해줘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공정에 관련된 노하우를 모두 인수했다”며 “LG전자로서는 동도금 관리에 드는 비용을 절감했고, 오알켐은 동도금 제조 약품을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LG전자와 오알켐의 사례에서 보듯,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상생경영은 일방적인 도움을 주는 차원이 아니라, 서로의 이익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 급변하는 시장은 그야 말로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지배한다. 상생경영은 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비대해진 조직을 껴안은 채 세계시장이라는 전쟁터에 나서는 대기업은 백전백패하기 마련이다. 과감하게 몸집을 줄이는 방법 중 하나가 협력업체로의 아웃소싱이다. 물론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대기업의 관리시스템을 받아들일 수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여기에 낄 자리가 없다. 대기업이 협력회사를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해 6월부터 연간 5조원에 달하는 협력업체의 거래대금을 어음대신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2004년부터 5년간 협력업체의 생산성, 품질향상, 첨단기술 개발, 시설 확장 등에 매년 1,000억원 한도내에서 지원키로 했다.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LG 대ㆍ중소기업 협력펀드’를 결성하는 한편, 지능형 로봇, 미래사업, 홈 네트워크 등 신사업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블루오션 펀드도 운영중이다.

협력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기 어려운 전문교육을 대신 시켜주기도 한다. LG전자는 경북 구미의 러닝센터 및 창원의 교육시설을 전문교육기관으로 활용, 협력회사 임직원에게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30여명의 컨설팅 전담조직을 구성, 협력업체에 파견교육도 벌이고 있다.

LG전자의 모든 협력업체를 하나의 전산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머신투머신(M2M)’ 통합 프로젝트를 추진, 효율적인 주문생산 및 재고관리를 가능케 할 예정이다. 업계 처음으로 15년 이상 장기 근속한 중견관리자를 협력업체에 파견, 기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대기업이 협력업체 위에 군림한다는 생각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며 “LG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협력업체를 많이 키우는 것이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 PCB부장 노시동 상무/ "대기업 혼자선 시장변화 극복 못해"

"과거 국내외 기업시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완제품 생산자끼리의 경쟁이었지만, 지금은 완제품 생산자와 협력업체가 파트너관계를 맺은 공급자 집단간의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LG전자 인쇄회로기판(PCB) 사업부장 노시동 상무는 시장이 변한 만큼 기업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환율, 유가, 원자재난 등 열악한 경영환경이 대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을 통해 긴밀한 협업라인을 구축하고, 이를 토대로 신제품 개발역량을 강화해야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사업 파트너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동반 추락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노 상무는 "협력업체에 교육프로그램과 컨설팅 및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이유도 결국 LG전자가 국제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역설한다.

■ 오알켐 이재현 사장 "LG전자와 우린 총과 실탄 관계"

“상생경영은 품질 및 가격경쟁력, 신뢰성을 바탕으로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서로 노력하는 것이다.”

오알켐 이재현 사장이 제시한 상생경영의 성공스토리를 요약한 말이다.

이 사장은 “LG전자가 오알켐측에 PCB 동도금 사업을 제의한 것은 꾸준히 쌓아온 품질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었다”며 “오알켐은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라는 선물로 LG측에 보답했다”고 전한다.

이 사장은 “대기업과 협력업체는 총과 실탄에 비유된다”며 “탄탄한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토양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1991년 2월 설립된 오알켐은 IMF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단 한차례의 경영난을 겪지 않고 성장을 거듭해온 기업. 지난 해 358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이 회사는 대기업과의 이상적인 상생경영 등에 힘입어 지난 해 전경련과 산자부가 주최한 대ㆍ중소기업 협력대상에 중소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 해외도 동반 진출…협력사 전용단지 조성

LG전자의 상생경영은 해외시장 진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LG전자가 추구하는 글로벌 경영에 협력회사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LG전자로서는 해외에서도 협력업체가 제공하는 우수한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협력업체는 어려운 해외 시장개척을 하면서 모기업에 꾸준히 공급물량을 댈 수 있어 신규시장 투자로 인한 위험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른바 윈윈 전략이 실현되는 셈이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동반진출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해외시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화 전략 설명회, 지역별 투자 환경 및 투자 여건 설명, 협력업체 사장단의 해외 현지 공장 방문 및 지역별 투자 설명회 등이 대표적이다.

협력회사들은 국제적인 지명도를 가진 LG전자와의 해외 진출을 통해 국제경쟁력 강화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LG전자도 이를 통해 생산의 수직계열화 구축, 관세ㆍ물류ㆍ보관 비용 절감, 물류 거리 단축 등 많은 이점을 얻고 있다.

동반진출하는 협력회사에 대해서는 자금의 우선지원, 협력회사 전용 공단 조성, 생산성 및 품질 지도, 현지 법인설립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협력업체를 위한 전용공단을 조성, 연착륙을 유도하고 있다. 2001년 멕시코 몬테레이시에 설립한 LG가전공장 주변에는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 전용 공단을 조성, 동반 진출업체에게 토지구입, 건축공사 등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폴란드 등에도 현지공장 설립, 협력업체와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 생산라인이 가동되는 LG전자 러시아 공장은 부지면적만 15만평에 달한다. LG전자는 2010년까지 협력업체와 함께 1억5,000만 달러를 들여, 이 곳에 세탁기, 냉장고, 디지털 TV, 오디오 등을 각각 연 100만대씩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라인을 지을 예정이다.

유럽의 디지털 TV 시장을 겨냥, 최근 공사에 들어간 폴란드 므와바시의 디지털 TV 제2공장도 상생경영의 대표적 사례. 이 곳에는 11만8,000평 규모의 생산단지와 함께 4만5,000평 규모의 협력업체 단지가 조성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유럽 디지털 TV 수요에 적극 대응키 위해 이 곳에 협력업체와 함께 2010년까지 모두 1억1,000만 달러가량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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