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이 끼는 지저분한 나무다.”
세계의 국화(國花) 중에 우리 꽃 무궁화만큼 자국민에게서 홀대 받는 꽃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는 일제가 왜곡한 무궁화의 이미지가 지금까지도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족혼 말살 정책의 하나로 자행된 일제의 무궁화 탄압은 집요하고 모질었다. 3ㆍ1 운동 이후에는 전국의 학교와 관공서에 있는 무궁화를 송두리째 뽑아 없애 버렸다. 무궁화를 똑바로 쳐다보면 꽃 한 가운데 있는 빨간 잎처럼 눈동자에 핏발이 서고 눈병이 생긴다는 황당한 유언비어를 퍼트리기도 했다. 침략국이 식물까지 탄압한 것은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아 지저분하다”는 것도 일제가 퍼트려 지금까지 질기게 남아 있는 고약한 선입견 중 하나다. 화훼 전문가들은 “무궁화가 진딧물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지적한다.
진딧물은 각종 식물의 즙액을 빨아먹고 사는 해충이다. 아욱과와 국화과 식물을 좋아하는데 무궁화는 아욱과에 속한다. 따라서 진딧물이 무궁화에 많이 꼬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를 무궁화의 결정적인 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무궁화의 진딧물은 새싹이 나오는 5월께 가장 심하고 꽃이 활짝 피는 시기에는 줄었다가 10월께 다시 늘어나는데, 초봄에 살충제 한두 차례만 뿌리면 진딧물이 말끔히 제거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연구진의 부단한 노력으로 진딧물에 강한 신품종 무궁화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진딧물의 많고 적음에 따라 꽃을 평가한다면 일본 황실의 꽃인 국화(菊花)는 무궁화보다 더 야박한 점수를 받아야 한다. 진딧물이 무궁화보다 국화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표와 돈 등에 그려지면서 벚꽃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서 이제는 일본 제2의 국화(國花)로 굳어지고 있는 국화는 무궁화 보다 훨씬 더 심한 악성 진딧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화에 진딧물이 많이 낀다는 사실은 무궁화에 비해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무궁화가 우리 국민으로부터 억울하게 홀대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무궁화 사랑의 첫 걸음은 진딧물 문제를 포함해 그 동안 가지고 있던 무궁화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환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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