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있은 국회의원 및 사법ㆍ행정 고위 공직자들의 재산 변동 신고에서는 대상자들의 모든 재산이 공개됐다. 지난해까지는 1년 동안 재산이 늘어나고 줄어든 사항만 신고하면 그만이었다.
제도가 크게 바뀌었음에도 재산 공개의 실효성은 나아지지 않았다.
공개 대상자들이 재산 목록을 낱낱이 드러내긴 했지만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신고하는 부동산 재산 때문에 실제 재산 총액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 ‘새 포대에 헌 술을 담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현 시점에서의 실제 거래 가격 등을 파악하지 못하면 백날 재산 공개를 해봐야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판의 여지가 크지만 제도 개선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본인은 물론 부인, 자녀, 부모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재산을 토지와 아파트, 예금, 주식, 회원권(헬스ㆍ골프장) 등 종류별로 나눠 신고했다.
특히 재산 공개 내역 양식에 재무제표형 총괄표를 도입해 재산별 종전가액(부동산이나 회원권의 경우 최초 매입가)과 현재가액, 이에 따른 증감액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부동산의 경우 공개 대상자들이 과거 공시지가에 근거한 가격이나 최초 매입가를 신고, 실제 거래되는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이다. 해당 부동산을 팔지 않은 이상 부동산 값이 아무리 올라도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잡히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부동산은 재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로 인해 전체 재산 신고가 부실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진대제 정통부장관의 경우 101평형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17억2,000여만원으로 신고했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44억2,000만원을 웃돈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도 타워팰리스 67평형을 6억5,340억원으로 신고했지만 시세는 23~24억원이다. 공시지가 3억원의 토지를 5억원에 매입했다고 하더라도 해당 토지 재산은 3억원으로 기록돼 현금 자산 2억원이 줄어드는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파트의 가격을 전세보증금 보다 적게 신고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김원기 국회의장의 경우 장남 소유 미아동 아파트(33평형)의 신고액은 7,760만원이지만 전세 임대료는 1억1,000만원이었다. 김광원 한나라당 의원은 본인 소유의 강남구 대치동 개포1차 우성아파트(55평형)를 4억500만원으로 신고했지만, 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으로 6억5,000만원을 받았다.
이상호 행정자치부 정책홍보관리본부장은 “재산등록시 공시지가로 신고하기 때문에 실제 매매가와 차이가 크게 나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자부는 고위 공직자가 재산을 공개할 때 부동산 가액을 가장 최근의 공시지가에 근거해 신고토록 하는 내용의 입법을 검토키로 했다. 최소한 공시지가의 변동 정도만이라도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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