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경찰서의 교통지도계장이었던 A 경위는 지난해 8월2일 오후 11시께 음주운전 단속을 하다 B씨를 적발했다.
음주 감지기로 1차 검사한 결과,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나자 B씨는 “같은 경찰서에서 자율방범대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교통지도계에서 근무하는 직원과 잘 안다”며 음주운전 사실을 눈감아 줄 것을 부탁했다.
마음이 흔들린 A 경위는 B씨를 봐주기로 했다. 하지만 B씨가 이미 1차 음주 여부 검사에서 걸려 서류상 기록에 남기 때문에 적발된 사실 자체를 없던 것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A 경위는 자신이 술을 조금만 마시고 음주측정기 측정을 대신하는 묘안을 생각해냈다.
음주감지기 검사로 음주 사실이 확인되면 음주측정기로 혈중 알코올농도를 재게 돼 있고, 여기서 농도가 0.05% 이하가 나오면 훈방 조치 되는 점을 악용하려 것이었다.
A 경위는 근처 가게에서 맥주를 구입한 뒤 두 모금을 마시고 음주 측정을 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음주측정기의 숫자가 0.139%까지 치솟는 것이었다. 운전면허가 아예 취소가 되는 수치였다.
B씨는 “면허가 취소될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오히려 당신 때문에 더 큰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 아니냐”며 오히려 A 경위에게 따졌다.
A 경위는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며 B씨를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실패하자 B씨 적발 내용이 적혀 있는 기록을 찢어버려 사건을 아예 은폐하려고 시도했다.
혈중 알코올농도 0.139%가 측정된 기록은 ‘음주측정기의 성능을 시험했다’고 허위 경위서를 작성해 교통과장에게 보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들은 경찰서 내 감찰 과정에서 적발됐다. A 경위는 곧 다른 부서로 발령 났고 음주운전 사건을 묵살하고 돈을 받아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받은 경력이 있다는 점 때문에 결국 해임됐다.
A 경위는 중앙인사위원회에 “해임 처분은 너무 과하다”며 소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되자 27일 서울행정법원에 해임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냈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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