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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우리 꽃 무궁화/ 벚꽃제 좋지만 무궁화축제가 더 감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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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우리 꽃 무궁화/ 벚꽃제 좋지만 무궁화축제가 더 감동적!

입력
2006.03.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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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각 난간에 시원한 바람 나에겐 부질없어 / 책 속에 파묻혀서 긴 세월 살아가네 / 붉은 앵도 돋아난 죽순 모두 철 지나네 / 그러나 갓 핀 무궁화 터지는 석류 모두 좋구나 / 병약한 몸 지친 마음 손 대접도 귀찮고 / 그저 꾀꼬리 소리 들으며 낮잠만 즐기네 / 젊고 건강한 시절 모두 지나간 옛일 / 그래도 꽃 많이 피었으니 취한 신선 돼볼까”(‘동문선·東文選’에 수록된 최 충(984∼1068)의 시좌객·示坐客)

찾아오는 손이 귀찮을 만큼 나이 들고 기운이 떨어져도 흐드러진 꽃 구경만은 마다할 일이 없다. 나라 꽃이다, 겨레의 혼이다 백번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저 흐드러지게 핀 무궁화 축제에 푹 빠져들면 그만이다. 월드컵 흥분에 취해 “대한민국”을 외치며 날아갈 듯 흔들던 태극기 사랑이 그랬듯이.

산림청은 해마다 ‘나라꽃 무궁화 대잔치’를 연다. 지난해에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렸다. 행사 기간은 여름꽃인 무궁화의 절정기이자 광복절이 낀 8월 10~20일이다. 시·도에서 출품한 무궁화 분화 1,500점 중 우수 분화를 시상하고 국립산림과학원의 품종 70여종을 전시한다. 무궁화 사진전과 글짓기 그림그리기 퀴즈대회도 함께 곁들여진다. 분홍색 무궁화만 보아왔던 이들에게 빨간색이 살짝 물든 흰 꽃잎, 꽃잎이 겹친 무궁화 등 색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도 그만이다.

서울시도 광복절을 맞아 무궁화 축제에 한 몫 한다. 매년 8월 시청 앞 서울광장을 무궁화 화분으로 가득 메우고 시민들에게 무궁화를 분양해준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허전하다. 봄철이면 수십만 인파가 몰리는 벚꽃 축제만큼 무궁화 축제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은 없기 때문이다.

“무궁화가 국화라고 해서 무궁화 축제를 중앙집권식으로 할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벚꽃 축제는 전국 50여곳에서 열립니다. 논산에서는 벚꽃이 피는 시기 벚꽃 나무 아래에서 딸기를 판매하는 연계 행사가 열립니다. 무궁화도 그런 식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열어,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면 진정한 축제 아니겠습니까.”

한국무궁화연구회 박춘근 이사의 제언이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전국적인 축제 분위기를 즐길만한 환경은 이미 조성돼 있다. 시·도마다 하나씩 있는 산림환경연구소나 대학의 식물원 등이 무궁화 동산을 갖고 있다. 경남 산림환경연구원처럼 5,000평이나 되는 근사한 무궁화 동산은 그저 찾아올 이들만 기다리고 있다. 정부가 예산 지원을 통해 지역마다 축제를 유도한다면 전국적인 여름 꽃 놀이가 한판 열릴 수 있다. 내친 김에 무궁화 떡, 무궁화 차 같은 상품 개발이 이어진다면 그만이다.

벚꽃이 일본의 꽃이라 시기할 필요는 없다. 즐기는 꽃 축제에 국적이 웬 말인가. 고려 문인 최 충의 시처럼 앵두꽃도 진달래도 모두 지고 난 여름, 제 철을 맞는 꽃이 바로 무궁화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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