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여성 재소자가 교도관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자살을 기도, 중태에 빠진 사건은 국회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파문에 휩싸인 사회에 다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이 사건은 사회의 관심을 벗어난 음지의 여성들이 훨씬 사악하고 폭압적인 성범죄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새삼 드러냈다. 여성의 인격과 자존을 짓밟는 성범죄를 진정으로 개탄하고 혐오한다면, 그늘진 곳에서 고통을 겪는 여성들의 성적 인권을 돌보는 데 먼저 힘써야 할 것이다.
이 사건이 크게 논란되지 않은 것은 폐쇄적 영역이어서 진상이 이내 드러나지 않은 때문이다. 그러나 지은 죄가 뭐든 구치소에 갇힌 여인의 인권침해 자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탓이 크다. 고문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면 목청 돋웠을 인권단체와 언론이 건성으로 다룬 것은 평소 여성의 성적 자주권과 성범죄 엄단을 외친 것이 절실한 공감에 바탕하지 않았음을 일러준다. 우리도 이를 자책하고 반성한다.
법무부가 성추행 의혹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개연성이나마 인정한 것을 초등학생 성폭행 피살과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놀란 결과로 단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가석방 자격을 심사하는 교도관이 은밀한 공간에서 재소자의 몸을 더듬고 입을 맞춘 사실에서 고작 성추행의 개연성을 발견했다는 허술한 주장은 검찰간부 출신에 성범죄 관련 입법을 다루는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낸 이가 그토록 허튼 성추행을 저지른 것과 근본이 다르지 않다. 피해 여성의 신분과 처지에 별로 구애됨이 없이 가볍게 성희롱을 일삼는 의식과 행태를 버리지 못한 증거다.
법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특수한 권력관계인 교도관의 재소자 상대 성범죄는 사회적으로 대등한 국회의원의 여기자 성추행보다 훨씬 중대한 범죄다. 인권 선진국들이 인권옹호 전통을 자랑하는 것은 범죄자와 재소자 등 보잘 것 없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침해 사건에서 오랜 인습을 깨고 헌법적 이상에 충실한 선례를 확립한 결과다. 그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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