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가사처럼 무궁화 화려강산을 만들어 가는데 평생을 바칠 생각입니다.”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 자락인 전북 정읍시 신정동에서 무궁화 60만주를 키우고 있는 ‘우수품종 전국무궁화보급협회‘ 박상수(55) 회장은 ‘무궁화 전문가’답게 말문을 열자마자 무궁화의 역사와 아름다움에 대해 쉼 없이 설명했다.
본래 민족역사연구가인 박 회장은 역사를 공부하면서 ‘무궁화가 단군조선 때부터 나라꽃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1994년부터 본격적인 연구와 재배에 나섰다.
박 회장은 먼저 아름답지도 않고 ‘짝퉁’ 무궁화인 ‘겹무궁화’가 전국에 널리 퍼졌다는 점을 알고 이를 추방하기 위해 우수 품종을 확보하기로 했다. 당시 생활이 넉넉치 않았던 탓에 발품을 팔아 산림청 육종연구소와 서울대 농대, 성균관대 임업시험장 등을 찾아 다니며 우수 품종 씨앗을 받았고, 땅 5,000평을 임대해 30만주의 묘목을 심었다.
하지만 무궁화 재배는 경제적 고통만 안겨 주었다. 3년간 재배한 나무를 사가는 곳이 거의 없었고, 게다가 밭 임대기간이 끝나 나무를 처분할 수 밖에 없어 땔감으로 넘겨야만 했다. 박 회장은 “온갖 정성을 들여 키운 무궁화 나무를 땔감으로 팔 때의 마음은 자식을 파는 심정이나 다를 바 없이 괴로운 일이었다 ”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 공사장과 양식장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무궁화 재배를 계속했다. 직접 전국을 돌며 무궁화 홍보는 물론 보급에 전력을 쏟았다.
실제로 벚꽃 도시인 진해시에 “벚꽃은 일주일이면 지지만 무궁화는 6월 중순부터 10월 초순까지 100일 이상 피기 때문에 여름에는 무궁화 관광지를 조성할 수 있다”고 제안해 5~6만주를 심게 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기 전에는 정부가 무궁화 가로수길 조성사업을 벌이면서 보급 운동이 절정을 맞기도 했다.
요즘 박 회장은 소풍 가는 어린이처럼 들떠있다. 다음달 11일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 무궁화 3그루를 심으러 가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상고사에 보면 단군이 강화도 마니산 정상에 참성단을 쌓고 주변에 무궁화를 심어 자손만대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2년 전부터 강화군과 문화재청에 요구해 마침내 무궁화 복원 허가를 받았으니 어찌 기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읍=글ㆍ사진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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