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는 사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흔한 꽃이기도 하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각급 의원들의 배지에서부터 펀드이름까지 무궁화를 이용한 상징물을 생활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곳으로 우리나라 만한 곳은 드물다.
무궁화를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 가운데 대표주자는 역시 정부다. 정부를 상징하는 휘장부터 무궁화 모양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무궁화 한 가운데에 ‘정부’라는 글자를 써넣었다. 국회도 예외가 아니다. 국회의원을 상징하는 금배지는 무궁화 모양을 기본 디자인으로, 중앙에 한자로 나라 국(國)자를 새겼다. 지방의회도 무궁화를 애용한다. 서울시의회를 비롯 전국의 광역의회는 예규로 1998년부터 휘장 규정을 두고 있는데 휘장은 무궁화 형상으로, 배지도 무궁화 테두리 가운데 ‘의(議)’ 자를 새기도록 정했다.
군ㆍ경의 각종 계급장에도 무궁화가 사용된다. 경찰의 경우 일선 경찰서의 반장에 해당하는 경위부터 경찰청장에 해당하는 치안총감까지 간부들만이 무궁화 계급장을 달 수 있다.
경찰체육단의 이름이 무궁화체육단인 것을 비롯해 무궁화포럼, 무궁화장학회 등이 운영되고 있다. 호국을 강조하는 군에서도 무궁화는 두루 쓰인다. 영관급 지휘관들이 무궁화 계급장을 착용하고 있고 매년 한차례 전군 장성이 참여하는 회의의 이름도 무궁화회의다. 국방부 청사에는 무궁화동산이, 계룡대에는 무궁화회관이 있다.
교통수단의 명칭에도 무궁화는 애용된다. 61년 군사정권이 애국심을 강조하기 위해 경부선 열차에 ‘무궁화호’라는 이름을 붙인 이후 무궁화호는 40년 이상 고급 열차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영해를 지키며 어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해경 어업순시선과 해양수산부 지도선박의 이름도 무궁화다.
우리의 첫 통신위성도 무궁화의 명칭을 사용했다. 1995년 KT는 한국 최초의 통신방송용 위성의 이름을 무궁화로 지었다. 상업 통신용으로 무궁화위성 3개가 발사됐으며 올 7월에는 첫 군사 위성인 ‘무궁화 5호’가 발사된다.
이밖에 일상생활 곳곳에서 무궁화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 호텔의 등급 표시는 외국과 달리 별 대신 무궁화로 하고 있으며, 여권번호 밑에는 위조방지용 무궁화 문양이 찍혀있다. 한국산업은행은 외환위기 동안 부실해진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위해 ‘무궁화 구조조정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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