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ㆍ예술서 전문서점 ‘이음아트’의 간판은 닭갈비집과 카페, 주점들 틈에 낯설게 걸려 있다. 대형 온라인 서점들의 위세에 서점들이 잇달아 엎어지고, 마지막 보루라 할 대학가에서마저 서점이 자취를 감춘 이 자본의 시대에, 그것도 유흥 문화의 심장부인 대학로에 인문서 전문서점이라니. 하지만 ‘이음아트’는 의연하다. 너무 의연해 처연할 정도다. 승패를 초월해 단신 적진으로 뛰어든 신념의 아나키스트처럼.
한상준(44) 씨가 서점을 연 것은 지난 해 10월이었다. 그는 “남은 반생은 좋아하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취직해 일벌처럼 일했고, 결혼을 해 두 아이를 낳았다. 그러면서 시를 쓰고 음악(재즈)과 사진에 미쳐 지내기도 했다. 그러다 사표를 썼다. “평균 수명도 늘었잖아요. 그대로 내 삶을 소비할 순 없었어요.”
서점을 하기로, 음반도 함께 팔기로 마음 먹은 것은 책과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37평 좁은 공간과 빈약한 자본금은, 상품 선택을 까다롭게 했다. “내가 읽고싶고 듣고싶은 것들만 골라 주문합니다. 헌책도 있고요. 아직 흡족할 만큼은 안되지만요.” 이음아트는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들이 아예 없거나 심하게 푸대접 받는 서점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서가 맨 아랫단 뒷줄에 감춰져 있다.
그가 대학로를 택한 데는 ‘오기’도 작용한 듯하다. “대학로는 문화의 거리잖아요. 그래야 대학로죠. 하지만, 보셔서 아시겠지만, 그렇지도 않고, 그래서도 안되잖아요.” 차분하던 그는 이 대목에서 살짝 음성을 높였으나, 이내 가라앉혔다. “응원해주는 분들이 적지 않아요. 이런 공간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들이죠. 진정한 문화 소통의 공간에 대한 갈증이요.” 서점 이름 위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문화 사랑방’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서점에는 20~30명이 앉아 담소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들이 놓여 있다. 누구든 자유롭게 차를 타 마실 수도 있다. 그 공간에서 지난 해 말에는 조병준 시인이, 지난 2월에는 신현림 시인이 ‘독자와의 만남’ 행사를 치렀다. 두어 달 전부터는 문학서클 대학생들이 2주마다 한 번씩 독서토론을 하고있고, 영화학도들이 자기네가 만든 영화 시연회장으로 써도 되겠느냐는 청을 해오기도 한다. 인근 공방의 도예가와 수예가의 전시회 제안도 온다. 그는 “생각보다 일찍 자리를 잡고 있다”며 흡족해 했다.
아직은 수입으로 월세와 관리비를 간신히 메우는 정도다. 돈도 못 벌면서 주말 없이 바쁜 그를 두고, 아내도 걱정이고 아이들도 불만이다. 선배인 조병준 시인은 그를 ‘무모한 낭만주의자’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는 요즘 행복하다. 자신도 있다고 했다.
그는 소금가마니 지고 강을 건너면서, 소금보다 강을 걱정하는 사람이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사진=최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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