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철도노조가 직권중재 회부와 불법 파업 강행으로 정면대결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비정규직 관련 법안 처리로 격앙된 노동계의 분위기를 무시할 수 없는 철도노조와 물류피해를 방관할 수 없는 정부가 서로 퇴로를 찾지 못하고 맞부딪힌 것이다. 이유야 어떻든 양측의 대결은 엄청난 물류대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물류 피해 한국철도공사 노동자(비정규직 포함) 3만5,000명 가운데 철도노조원은 2만5,000명이다. 이 중 1만3,000명이 28일 파업 출정식에 참가했다.
이 정도 조합원이 파업을 하면 수도권 전동차, 고속ㆍ일반 열차는 운행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해 하루 평균 260만명의 승객 수송과 11만4,000톤의 화물 운송에 차질이 발생한다.
철도공사에 따르면 당장 1일부터 한국고속철도(KTX)의 경우 경부선은 총 100회 중 38회, 호남선은 36회 중 8회만 운행된다. 일반열차는 새마을호 8회, 무궁화호 48회 등 전체의 16%만 달리게 된다. 또한 화물열차는 운행률이 1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전체 열차 운행률은 31%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시멘트업계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시멘트는 수송의 40%를 철도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 등 시멘트업체는 각 물류기지의 재고 파악에 나서는 등 철도파업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노위 직권중재 배경 중노위가 철도노조의 파업을 직권중재에 회부한 것은 “필수공익사업장인 철도가 멈출 경우 국민경제와 생활을 현저히 위협하게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노위 전운기 사무국장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던 급박한 사정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전 사무국장은 또 “그 동안 중노위는 철도 노사의 자율교섭 의지를 존중해 지난해 11월25일부터 3차례에 걸쳐 중재회부를 보류해 왔다”고 덧붙였다.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에 밀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정부와 여당의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파업강행 배경 직권중재 회부 결정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는 파업을 강행했다. 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오래 묶은 이슈들이 번번이 해결되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크다.
이런 가운데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국회 환노위 통과 후 더 밀릴 수 없다는 공감대도 조합원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이 28일 시작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 본회의 통과 저지 파업의 전선을 확대하기 위해 철도노조의 파업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부 대책 정부는 중노위의 직권중재 회부 결정 뒤 담화문을 통해 “민주노총 및 철도노조의 불법 파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불법 행위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국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속버스 등 대체교통수단 증편, 시내버스 노선 및 운행시간 연장 등도 계획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은 “조합원들이 시설점거와 운행 방해를 하면 즉각 경찰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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