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국회 답변태도가 또다시 문제가 돼 본회의 대정부 질문이 20여분간 중단되는 사단이 벌어졌다. 이 총리는 28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과 인신공격성 설전을 불사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해 의원총회를 열었고, 김원기 국회의장은 홍 의원의 질문이 끝난 뒤 “정부측은 질문이 다소 선을 넘더라도 인내력을 갖고 존중하는 태도를 잊지 말라”고 이 총리를 질책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충돌은 이 총리가 법조브로커 윤상림씨와 골프를 치고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홍 의원이 거론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교육 사회 문화분야 네 번째 질문자인 홍 의원은 이 총리에게 “후원금 액수를 공개하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의혹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쓰시는데…”라며 “당시 법규가 후원금 제공자의 의사에 반해 밝힐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맞섰다.
이어 홍 의원이 “이 총리와 천정배 법무장관이 여당 소속인데 지방선거 관리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반문한데 대해 이 총리는 “나나 천 장관이나 공정하게 잘 하고 있다. 홍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적도 있지 않느냐”고 홍 의원의 개인 문제를 건드렸다. 그러자 홍 의원은 곧바로 “나는 총리처럼 브로커하고 놀아나지는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때부터 목청이 높아지며 감정싸움이 벌어졌다.
이 총리는 성난 표정으로 “인신모욕 하지 마라. 누가 브로커하고 놀아났나. 놀아난 적 없다”며 소리를 질렀고, 홍 의원은 “사실을 갖고 말하는 것이다. 골프 친 일 있지 않느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이 총리는 “홍 의원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적이 있지만 나는 5번 선거에서 한번도 선거법을 위반한 적이 없다”고 또 다시 홍 의원의 과거를 들췄다.
홍 의원도 “총리가 윤씨로부터 정치헌금을 받고 골프도 같이 쳤는데 윤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되겠나”며 “총리직을 사임하는게 도리 아니냐”고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이 총리는 “도덕적 법률적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을 일이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의총에서는 강경 대응론도 나왔으나, 최연희 의원 성 추행 파문에 물타기를 하려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듯 별다른 집단행동 결의 없이 의원들은 1시간 20분만에 본회의장에 들어왔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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