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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균형 붕괴… 美 독주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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核균형 붕괴… 美 독주시대

입력
2006.03.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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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전력에서 미국이 세계 유일의 수퍼파워로 자리를 굳히면서 지난 반세기동안 유지됐던 상호 견제를 통한 핵 균형의 시대는 저물고 미국의 핵 독주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군사문제 전문가인 키어 리버 노트르담대 교수와 다릴 프레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 최신호(3ㆍ4월)에 실린 공동 기고문에서 “현재 미국의 핵 전력은 세계 패권을 다투는 러시아와 중국의 핵무기와 시설을 완전 파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국제사회의 핵 균형이 붕괴됐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핵 전력 우위 확보는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 국가안보전략 보고서에서 천명한 군사적 주도를 통한 세계 패권 장악이라는 목표를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은 2001년 발간한 ‘핵태세검토보고서(NPR)’에서 냉전 체제에서 핵전쟁을 억제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상호확증파괴(MAD)’전략을 포기했다. 적의 핵 공격이 있을 경우 보복력을 이용해 상대를 전멸시키는 MAD는 1960년대 이후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핵 전력을 증강하는 상황에서도 상호 견제하며 핵 사용을 억지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현재 세계 핵 균형은 깨졌다. 미국은 지난 50년간 전략 핵무기의 중심축을 이뤘던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략미사일잠수함(SSBN) 등의 성능과 규모를 지속적으로 향상시킨 반면 러시아의 핵 전력은 소련 붕괴 이후 급격히 감소했고 중국은 현대화에 실패했다.

러시아의 핵전력은 소련 말기와 비교해 장거리 폭격기는 39%, ICBM은 59%, SSBN은 80%가 줄었다. 그나마 러시아 전략 핵 전력의 상당수는 비효율적인 배치, 훈련 부족, 수명 초과 등으로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다. 러시아는 2015년까지 지상 배치된 ICBM을 추가로 35% 감축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핵 전력 감축을 계속할 전망이다. 중국의 핵 전력은 미국의 공격에 더 취약하다. 중국의 전력 현대화는 주로 재래식 무기에 집중돼있기 때문에 근대화한 장거리 폭격기와 SSBN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냉전 기간 해군과 공군이 예산확보 경쟁을 벌이며 엄청난 전략 핵무기를 비축한데 이어 이제는 보유 핵무기 성능을 개량, 핵 선제공격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미국은 잠수함에 탑재하는 탄도미사일을 정확도가 높은 트라이던트Ⅱ D_5로 교체하고, 해군은 태평양 해상에 배치한 SSBN을 늘려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두 교수는 미국의 핵 증강은 테러리스트나 깡패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핵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국이 세계 유일의 핵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것에 대한 평가는 복잡하다. 강경파들은 핵 전력에서 열세인 중국이 대만 문제에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는 등 미국의 핵 지배 체제에서 국제 질서가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온건파들은 핵 주도권을 쥔 미 행정부가 힘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에 반발해 다른 핵 국가들의 핵 통제가 느슨해져 핵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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