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는 우리나라 꽃이다. 예로부터 무궁화가 피는 이 땅은 ‘무궁화의 땅’, 곧 근역(槿域)이라 했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오히려 소홀해졌을 만큼 무궁화는 우리 민족 꽃이다. 이미 화폐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1원 짜리 은전에서부터 대통령의 문장까지 당당하게 무궁화는 자신의 위의(威儀ㆍ위엄있는 몸가짐)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막상 우리들의 가슴 속에 무궁화는 어떤 모습으로 새겨져 있는가. 내가 좋아하는 꽃을 들라 하면 무궁화라고 말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오늘 새삼스럽게 나라 꽃 무궁화를 되새겨보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북한은 어느 해부터인가 김일성의 지시로 나라꽃을 목란꽃으로 바꾸었다. 이제 새봄이 되면 전국 도처에서는 얼빠진 사람들을 위한 벚꽃 축제가 떠들썩하게 벌어지게 될 것이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농원마다 튜울립 이나 장미축제가 요란할 것이다.
내 스스로가 우리나라 꽃을 홀대하는 쓸쓸한 새봄. 부스럼 꽃이라 하여 손에 닿기만 하면 부스럼이 돋는다며 멀리하고, 진딧물 투성이라고 남들이 억지로 꾸며낸 흠결과 강한 색감과 향기를 지니지 못한 못난 꽃이라는 선입견으로 무궁화는 우리들 가슴속에서 하찮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시골의 순박한 아낙들은 무궁화의 새순을 따서 된장국을 끓여 먹었고 수술을 떼 낸 꽃에 소를 박아 꽃찜을 해서 상위에 올렸다. 허준은 동의보감에 껍질은 무좀에, 차로 끓여 먹으면 설사에 특효가 있다고 무궁화의 신통함을 밝히고 있다. 어디 그뿐이랴. 서양에서는 ‘히비스커스’라고 해 무궁화를 차로 우려내어 마시고, 특히 다이어트에 효과가 크다고 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렇듯 우리 스스로가 홀대한 우리꽃 무궁화는 유용한 약용식물이며 식용식물이었다.
오늘 새삼스럽게 무궁화를 우리 가슴속에서 되살려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명백하다. 바로 우리 스스로가 편견을 가지고 폄하했던 나라꽃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겨레의 가슴 속에 다시 피어나게 해야 한다.
1919년 3월 1일. 탑골공원에 뿌려진 기미독립선언서에서도 무궁화는 태극기를 에워싼 당당한 자태로 새겨져 있었다. 태극기를 흔들며 외쳐 부르던 만세의 함성과 겨레꽃 무궁화. 시인 구상은 //겨레의 새벽부터/이 땅에 수놓은 꽃/겨레와 그 모진 고난을/함께 견뎌 온 꽃/이 땅을 지켜 온/곧은 절개들의/넋이 서린 꽃/... 이라고 무궁화를 노래했다. 이제 무궁화는 우리의 가슴 속에 새롭게 피어나는 그런 꽃이라야 한다.
김용범 (시인ㆍ한양 시티 허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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