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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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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인플루엔자

입력
2006.03.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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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3년 이탈리아에서 감기가 맹위를 떨쳤다. 사람들은 이를 ‘추위의 영향(Influenza di Freddo)’이라고 했다. 독감을 가리키는 영어 ‘인플루엔자(Influenza)’의 어원이다. 영어의 감기(Cold)가 ‘추위’와 같은 말이니 감기를 1차적, 독감을 2차적 질병으로 여겼던 모양이다. 우리가 독감을 ‘심한 감기’로 알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아데노’ ‘리노’ ‘코로나’ 등의 감기 바이러스와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명백한 차이는 세월이 한참 흐른 후에나 확인됐다.

■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1933년 처음 분리된 이후 많은 추적이 이뤄졌다. AㆍBㆍC 등 세 유형이 있고, A형이 전염성이 특히 강하다. 감기 바이러스는 유전자가 하나지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8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고 10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단백질 복제과정에서 다양한 변이가 일어나며, 이런 단백질 특성이 폭발적 증식과 강한 전염성 병원성을 나타낸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헤마글루티닌(HA)이란 단백질을 활용해 세포에 달라붙고, 뉴라민산 분해효소(NA)로 세포막을 녹여 침투한다.

■ 15종의 HA와 9종의 NA 유형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분류 기준이고, 이론상 135종이 가능하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이 두 단백질의 머리글자에 각각 몇 번째 유형인가를 보이는 숫자를 붙여 표시한다. 1번 HA와 1번 NA를 가진 H1N1 바이러스는 바로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은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다.

돼지나 조류도 독감에 걸린다. 그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고, 나아가 인간 사이의 전염이 가능할 정도로 변이를 일으키면 심각한 위협이 된다. 조류독감에서 나온 H5N1 바이러스가 최근 문제가 되고 있지만 아직 인간 사이의 전염은 확인되지 않았다.

■ 문제는 H5N1 바이러스가 언제 어떤 변이를 일으킬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치밀한 추적 관찰이 필요한데, 2003~2004년 겨울 AI 발생 당시 방역당국이 인체 감염 확인에 소홀했다는 지적(본보 2월28일자 2면)은 당연히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한편으로 당시 4명이 감염됐지만 뚜렷한 병증이 없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만하다.

충분히 입증되진 않았지만, 이 사례나 세계가 무서워 떠는 독감을 우습게 아는 데서 보듯, 경험적으로 한국인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강한 저항력을 보인다. 방역 태세는 확고히 하되, AI로 호들갑을 떨지 않아도 될 이유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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