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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낯설기만한 고급주택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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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낯설기만한 고급주택의 이름

입력
2006.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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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화면에서 누군가의 집으로 묘사되고 있는 배경들이 어느덧 심상치 않아 보인다. 과연 그와 같은 ‘낯선’ 이미지나 재질들이 현실 속 익명의 사적인 공간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내용이며 또 자연스런 설정인가 궁금해져서다.

화면이라는 ‘그림’을 살리기로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이 낯선 공간을 중심으로 상업적 메시지를 담아내려는 것 아닌가. 우리말 ‘낯설다’가 주는 어감이나 정서가 본연의 소외, 이방, 거리감 등 그림자 진 영토와 이채로움, 신비, 호기심, 흥미 등의 매력에 찬 영토와의 사이에 그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는 증거일 거다.

이를 계산에 넣은 듯 상업적으로도 최근 들어 개인 주거의 이름들 또한 전례 없는 모험을 감행하고 있는 걸 우리는 본다. 평이한 친밀함이란 가치를 간단히 희생하면서 ‘이국적’이란 미지의, 모종의 더 큰 가치를 노리는 행보로 보인다.

초고층 고급 주거 각 세대의 주인들은 그 근거조차 막막한 외국어 서너 개(외래어로 된 회사명에다 프로젝트 명, 여기 덧붙여 대저택, 장원, 궁 따위를 뜻하는 외국어 등)가 연달아 붙어있는 자신의 집 이름을 제대로 댈 수 있기 위해 애를 써야만 한다.

하긴 어쩌면 낯선 공간의 이미지들과 관련해 우리 대중은 나름대로 독특한 학습 경로를 거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컨대 넘치는 명품지들, 그 지면에 넘치는 패션 사진들의 배경이라든가 넘치는 우리 영화들 속의 미장센에서 말이다.

내가 한 작업들, 일반에겐 전혀 따스하거나 친밀하지 않을 그 공간들 역시 수없이 CF나 영화사의 노크를 받으며 쓰이고 있는 걸 보아도 그렇다. 낯설고, 왜곡되거나, 친밀한 언어들이 삭제된 공간의 외계적 이미지들, 그 불모의 형상과 공간들이 빚는 현상의 영역에 시대는 걷잡을 수 없이 매료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이지만 이미 우리가 익히 알듯이 바스크 지방의 한 우울했던 산업도시를 일약 세계적인 구경거리로 만든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역시 건축의 이미지와 연관된 일반의 경험, 기억, 인식 등에 거의 치명타를 가한 ‘왜곡’의 성대한 잔치일 뿐이다.

낯선 것들에 대한 매료랄까 그 탐구는 본래 이방인이나 여행객의 정서에서 움튼 가치일 거다. 이제 주거 공간이라고 매일의 새로운 여행지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

여기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익히 알고 있던 형상들을 안팎으로 왜곡한다거나 주인의 치우친 취향을 디스플레이하는 방식은 비교적 짧은 여행기간을 약속하긴 한다. 하지만 좀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자주 하고 싶다면 오히려 공간 고유의 속성을 쉽게 가늠할 만한 단서들을 면밀히 소거해낼 필요가 있다.

즉 그 속에서 일상의 진부한 먼지를 속속들이 털어내고 현실 속 개인의 잡다한 욕구의 손때들을 말끔히 지워내는 것을 말한다. 삶의 공간 특유의 낯설음이 주는 신선함이란 기실 어떤 대상에 스며 있다기보다, 처음부터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것이기 때문이랄까.

김헌<건축가ㆍ어싸일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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