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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성없는 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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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반성없는 한나라

입력
2006.03.0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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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2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두 번 열었다.

오전 의총은 최연희 의원의 성 추행 파문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 지도부는 강경 발언이 쏟아질 것에 대비, 회의를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했다. 기자는 물론 의원 보좌진도 내보냈다. 기자들의 엿듣기를 막기 위해 회의장 주변에 보초도 세웠다. “통렬한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막상 멍석을 깔아 놓으니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유일하게 정두언 의원만 “당의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외쳤다. 바로 전날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강경 조치를 요구했던 의원들도 침묵했다. 반성의 시간은 30분도 못돼 끝났다.

의총 직후 이재오 원내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의원들의 적절하지 못한 언행에 대해 의총에서 깊이 자성했다”고 말했다. 그 싱겁고 짧은 시간에 무엇을 깊이 자성했다는 말인지 의아했다. 의총을 본회의 시작 30분 전으로 잡은 것 자체가 대충 그 만큼만 반성을 하자는 뜻이 아니었는지 궁금하다.

오후 의총은 이해찬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불손한 답변 태도를 보인데 항의하기 위해 즉석에서 소집됐다. 역시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선 “총리 해임건의안을 내자”, “천정배 법무장관이라도 끌어 내리자”, “단상으로 나가서 뒤엎지 못해 후회 된다”는 험한 말들이 터져 나왔다. 이 원내대표가 의원들을 달랠 정도였다.

불과 몇 시간 전 같은 자리에서 자신들의 추태에 대해선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있던 그 사람들이 맞나 싶었다. 자기 과오에는 대충 넘어가고 남의 과실에는 열을 올리는 태도로 비쳐졌다. 한나라당이 그 정도에 머문다면 술자리 추태는 계속 반복되고 그토록 열망하는 집권도 무한히 멀어질 것이다.

최문선 정치부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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