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6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양극화 해소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남은 임기 동안 가장 역점을 둘 국정운영 과제라고 밝혔다.
그렇지 않아도 지역적으로 쪼개져 있는 한국사회를 계층별, 직업별, 산업별로 갈갈이 찢어놓고 있는 양극화나, 주어진 협상시간이 1년밖에 남지 않은 한ㆍ미 FTA는 누가 뭐래도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최우선 순위의 정책들이다.
하지만 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쉬워 보이지 않고, 자칫 위험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까닭은 그 충돌 가능성에 있다. 적어도 ‘난치성 복합 양극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한국경제에서 FTA는 단기적으로, 아니 적지 않은 기간 동안 통증을 더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세계화가 양극화에 한몫 했음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세계화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한ㆍ미 FTA다. 양극화 해법의 으뜸은 고용창출이지만, 굳이 계량분석결과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ㆍ미 FTA의 즉각적 영향은 일자리 증가 보다는 감소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나의 최우선 국정과제(한ㆍ미 FTA 체결)로 인해 또 다른 최우선 국정과제(양극화 해소)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FTA가 장기적으론 고용에 순기능을 할 것”이란 입장이다. 맞는 가설이다. 그렇다 해도 당장 양극화의 짐을 더 짊어질 국민으로선, 막연한 미래의 개선을 위해 현재의 악화를 쉽게 인내할 것 같지 않다.
양극화 해소가 정책목표로 설정된 이상, FTA 협상도 분명 ‘양극화에 나쁘지 않는’ 결과를 낳아야 한다. 협상의 최우선 원칙을 수출확대나 외자유치보다, 양극화 악화 방지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설령 방어적, 수세적 협상이 된다 해도 말이다.
경제산업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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