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고건 전 총리의 회동이 늦춰지고 있다. 두 사람은 19일 전화통화에서 “1주일 내에 만나자”고 의견을 모아 26일이나 27일에 회동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됐지만 27일 현재까지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회동이 늦어지는 이유는 판을 뒤흔들만한 카드를 내놓을 수 없다는데 있다.
정 의장 입장에서는 고 전 총리를 만날 경우 지방선거 연대방안 등 구체적인 결과를 내놓아야 하는 부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데 고민이 있는 것이다.
한 측근은 “지방선거에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갖고 만나야 한다”며 “하지만 지금은 어떤 식으로 연대할 것인지에 대한 그림이 잡히지않고 있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만난다고 얻을 게 없다는 설명이다.
고 전 총리도 마찬가지다. 그의 측근은 “당장에 꼭 만나서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도 없다”며 “서로가 만남에 대해 느긋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 전 총리 본인이 지방선거 참여여부조차 공식적으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덕담 외에는 할 얘기가 없다는 것이다.
잠재적 대권 경쟁자라는 점도 만남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한쪽이 다른 쪽에 대해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모습은 상처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승부수를 던지고 있지만 고 전 총리는 향후 정치적 입지를 고려, 여지를 남겨두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익을 공유할 부분이 적다. 양측 모두 “상대가 자신을 이용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으며 그런 신뢰부족이 상처를 입느니 차라리 만나지 않겠다는 소극적 자세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로가 필요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카드가 마련되는 때가 회동 시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이날 발매된 ‘한겨레 21’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 출마 문제와 관련,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지더라도 아름다운 패배일 수 있다”고 말해 출마쪽에 무게를 두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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