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 행사까지 검토했을 만큼 논란이 컸던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결국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정부ㆍ여당은 법 체계상 문제와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 시비 등이 일자 재개정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향후 5년간 1,300억원(여당 추산)의 소요 예산에 대한 부담이 있는데도 소방공무원의 처우까지 개선하기로 함으로써 지방선거용 선심입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7일 당정협의를 통해 3월1일부터 시행키로 결론짓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여야 정치권의 정략적 태도와 여권 내부의 혼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선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된 과정부터가 그랬다. 근속승진 대상을 간부급인 경위(한나라당 권오을 의원 안)에 이어 경감(우리당 강창일 의원 안)까지 경쟁적으로 확대하더니, 근속승진을 1년씩 단축(우리당 최규식 의원 안)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예산 부담과 인사권 침해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여야는 이를 무시했고 순경→경장의 경우 7년, 경장→경사는 8년, 경사→경위는 8년으로 하자는 정부의 양보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승진 원칙만 법안에 명기하고 세부사항은 시행령에 위임하는 다른 공무원법과는 달리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은 이를 법조문에 명시했지만 법사위도 문제삼지 않았다. 여야가 경찰공무원의 처우 개선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논란의 소지는 외면한 것이다.
그래도 어렵고 힘든 여건의 경찰공무원을 생각할 때 의원들의 입법 경쟁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 이후가 더 문제였다. 개정안이 정부로 이송된 뒤에 불거진 당정청 불협화음은 낯 뜨거울 정도였다.
예산처와 행자부는 경쟁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했고, 청와대 보좌진들은 대통령의 거부권까지 언급했다. 이러자 여당은 “뒤늦게 정부가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반발, 여권 내 혼선은 극에 달했다.
국무회의 의결을 일주일 미루면서 내놓은 당정청의 합의결과도 애매했다. 우선 공포하되 2월 임시국회에서 재개정한다는 것이었지만 해석은 제각각이었다. 우리당은 법규에 명기된 근속승진 대상과 연한을 그대로 시행령에 옮기는 것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측의 재개정안은 시행령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
최종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도 납득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하위직 경찰관들이 정부의 재개정 움직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자 사실상 재개정 노력을 포기한 것이다.
일선 경찰 12명이 지난 14일 “정부의 재개정안 발의가 행복추구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자 다음날 재개정안을 행자위에 상정해놓고는 아예 논의 자체를 유보해버린 게 단적인 예다.
한나라당은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정부가 문제삼는 건 부적절하다는 형식논리만 들이댔고,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재개정 논의 거부를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취했다.
게다가 우리당은 앞서 열린 두 차례의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정부에 원안대로 시행할 것을 압박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는 “정부가 당의 제안을 적극 수용한 것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지만, 정부측에서조차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정책을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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