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여기자를 성 추행한 최연희 전 사무총장이 27일 한나라당을 탈당했지만,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당 안팎에서 의원직 사퇴와 형사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열린우리당과 다른 야당이 5ㆍ31 지방선거를 겨냥, 이를 정치쟁점화 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사건의 충격파는 그만큼 넓고 깊어 보인다. 성 폭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 때 보다 고조된 마당에, 그것도 한나라당이 ‘전자 팔찌법’ , ‘화학적 거세 입법’을 주장하는 등 고강도의 성 폭력 근절대책 마련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상황에서 터진 이 사건은 당의 말문을 막히게 하고 있다.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한나라당은 종일 분주히 움직였다. 박근혜 대표가 사과했고, 최고위원회의와 최고ㆍ중진 연석회의, 윤리위가 잇따라 소집됐다.
박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평소 웬만한 현안엔 꼿꼿한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던 박 대표도 이날은 수심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불어 닥칠 후 폭풍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증거다.
박 대표의 국회 집무실로도 의원들의 방문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모두 최 전 총장에 대한 강한 대응을 촉구했다.
당내 여성 의원을 대표해 박순자 의원은 “최 전 총장을 강력히 징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임태희 의원 등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문제를 처리해야 하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안의 성격 상 적당히 대처했다가는 감당 못할 상황을 맡게 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생각이었다. 일각에서 “진상파악이 먼저”라며 온정론이 나오기도 했지만, 강경론에 묻혔다.
한 당직자는 “지방선거에서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대표가 여성인 정당에서 반 여성적 사건이 발생한 것은 당으로서는 크나큰 상처”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나라당으로선 초강경 응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처지다.
이날 오후 5시간 가까이 계속되던 윤리위는 최 전 총장이 탈당계를 제출함에 따라 중단됐다.
최 의원은 탈당계를 제출한 뒤 “내가 잘못 했으니 스스로 물러나 탈당하는 것이 맞다”며 “(당에서 내리는) 모든 조치를 감수하겠다”고 말했다고 이해봉 당 윤리위원장이 전했다. 최 전 총장은 또 “이번 사태로 국민과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무릎 꿇고 사죄 드린다”고 사과했다.
윤리위는 당초 최 전 총장에게 출당은 물론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 전 총장은 “의원직 사퇴까지는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탈당계를 냈다.
이에 한나라당은 최 전 총장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 조만간 국회 차원의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여론의 흐름에 비추어 윤리특위가 의원직 제명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어서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 전 총장이 의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최 전 총장 방어에 결코 적극적이지 않은 데다 우리당, 민주당, 민노당이 강력한 처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1979년 10월 공화당이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유신정권을 비방한 김영삼 신민당 총재를 제명한데 이은 두 번 째 의원 제명으로 기록된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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