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의 ‘KT&G 습격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해당업체는 물론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이 경영권 보호대책에 골몰하고 있다고 한다.
전경련 등 재계단체들도 국내 우량기업에 대한 외국계 자본의 적대적 M&A(인수합병) 위험을 공론화하며 상법 개정을 통한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 등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증시의 외국인 지분이 10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 40%를 넘는 데다, 외국인들이 5% 이상 보유한 주요 상장ㆍ등록기업이 100곳을 넘는다는 근거에서다.
이쯤 되면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은 재계의 화두가 ‘경영권 방어’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또 적잖은 기업들이 주총 안건으로 초다수 의결제, 황금낙하산 등 현행법으로 가능한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우량기업들이 경영권 위협에 시달릴 경우 연구개발이나 신사업 진출 등 중ㆍ장기적 생산적 투자 대신 고배당 등 단기 실적위주의 경영에 급급하게 돼 글로벌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지적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국내기업을 해외 투기펀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단선적이고 감성적 접근으로 문제를 다루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통신 에너지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간산업의 경영권은 예외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이미 경영투명성과 주주가치 극대화가 글로벌 시장경제의 룰로 자리잡고 M&A가 그 활력소로 등장한 이상, 국익을 앞세워 섣불리 규제장치를 추진하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우려가 크다.
다만 정책당국자들도 “SK와 소버린의 분쟁에서 보듯 KT&G도 이번 도전을 받는 과정에서 경영 및 지배구조가 더 튼튼해질 것”이라고 한가하게 말하기보다 공격ㆍ방어의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자본 역차별로 지적되는 대목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나 소액주주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소한의 경영권 안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역시 핵심은 주주가 만족하는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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