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이면 동네 화장품 가게에서 ‘피부에 바르는 보톡스’를 구입할 수 있으실 것입니다.”
바이오 벤처기업인 ㈜포휴먼텍의 이승규(46) 대표이사는 요즘 쇄도하는 여성들의 문의 전화로 회사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라고 털어 놓았다.
다른 아니라 이 회사가 그간 주사제로만 맞았던 보톡스를 대신할 피부에 바르는 주름개선 화장품의 원료 특허를 국내에서 처음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를 포함해 6개의 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하는 등 바이오ㆍ제약 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국내 특허를 획득한 포휴먼텍의 기술은 보관과 투여가 어려웠던 기존 보톡스와 달리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포휴먼텍 기술의 핵심은 단백질 전달체인 PTD와 주름생성을 방지하는 물질인 ‘E절편’을 결합시켜 세포 내에 직접 전달, 주름제거 화장품의 원료를 만드는 원리다.
PTD를 사용하지 않은 기존 보톡스 제품은 인체 내에 주사를 주입, 화학적으로 E절편을 생성하는 방식이었다. 지금까지는 E절편의 덩어리가 커 진피까지 전달할 수 없었지만 포휴먼텍의 PTD기술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상온에서 보관이 안 되는 보톡스 주사제와 달리 PTD를 이용한 포휴먼텍의 원료는 상온 보관이 가능해 화장품 원료로도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 사장은 “국내 화장품회사 3곳, 외국사 1곳과 올해 4,5월께 계약을 하면 가을쯤에는 시중에서 제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PTD를 이용한 이번 화장품 원료 개발의 개가는 1년 반전 이 사장의 과감한 결정의 결실이었다. PTD는 인체내 면역체계와 관련된 물질로 관절염 치료제, 심근경색 치료제 등에 활용될 수 있는 물질이다.
PTD기술을 가진 곳은 미국과 프랑스의 연구소와 국내의 포휴먼텍 등 3곳에 불과하다. 관련 치료 약으로 개발할 경우 세계 시장의 5%를 잠식할 수 있는 엄청난 기술이지만 약으로 상용화 하려면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포휴먼텍은 이 사장의 결정에 따라 약제 개발에서 화장품원료 개발로 방향을 바꾸었고, 결국 이것이 ‘대박’을 터뜨렸다.
고난도 많았다. 2000년 회사 설립 후 이 사장은 3년여 동안 10억원을 쏟아 부으며 개발에 매달렸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로 인해 9명이던 연구 직원이 4명까지 줄었다.
이 사장은 “당시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연구실에서 서성거리던 직원들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당시 이 사장도 월급을 못 갔다 줘 더블베이스를 전공한 그의 아내가 분신 같은 악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했을 정도였다.
이 사장은 당시 고난을 통해 ‘급할수록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대학에서 무기재료(연세대 요업과 80학번)를 나와 박사학위까지 받은 전형적인 ‘책상물림’ 이었던 이사장은 1995년 쌍용양회 환경자원사업팀장을 맡으며 인생이 변했다. 당시 축산물 폐수 분해물질 등 제품을 개발한 뒤 사업자들을 만나 세일즈 활동을 하면서 자신의 사업가적 면모를 발견했고, 5년 뒤인 2000년 휴먼텍의 사장에 올라 인생의 승부수를 던지게 됐다
사업가로 나선지 6년 만에 성공의 문턱에 다다르게 된 이 사장은 “주름개선 화장품이 출시되면 꼭 아내에게 악기부터 다시 사주겠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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