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에서 성 추행을 당한 후 자살을 기도한 여성 재소자 사건에 대해 법무부 진상규명조사단은 “위로 차원에서 손목을 잡았다”는 법무부의 당초 해명과 달리 실제 성 추행이 있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법무부와 교정당국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서울구치소가 사건을 축소 보고해 잘못된 해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진상 조사단은 “지난 1일 교도관 이모(56)씨가 분류심사 상담을 하던 중 여성 재소자 K씨에게 ‘출소 후 밖에서 만날 수 있냐’고 제의해 K씨가 웃자 승낙의 의미로 알고 껴안고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며 입맞춤을 하려 했다”고 밝혔다.
K씨는 성 추행을 당한 당일 오후 여성교도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6일 면회를 온 어머니에게도 이야기했다.
법무부는 신고를 받은 여성 교도관의 진술과 K씨와 어머니의 대화 등을 근거로 성 추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도 “밀실에서 1 대 1로 면담하다 벌어진 사건이라 내용을 단정할 수 없다”, “성 추행의 개연성이 있다”는 등의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또 “재소자가 몇 년 전부터 정신 병력이 있으며 유서에도 성 추행에 관련된 내용은 전혀 언급돼 있지 않아 자살 동기와 성 추행 사건의 인과 관계를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교도관 이씨가 우울증 등으로 1999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도 밝혔다.
법무부는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소자가 출소한 후 갈 곳이 없다고 하자 교도관이 위로 차원에서 손만 잡았다”고 해명했었다.
서울구치소측은 사건이 일어난 1일 K씨가 여성 교도관에게 성 추행 사실을 이야기했는데도 법무부 보고에서는 이 사실을 뺀 것으로 밝혀졌다.
승성신 서울지방교청청장은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주장이 엇갈린 상황이어서 서울구치소의 보고가 다소 미흡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사건이 불거지자 16일 교도관 이씨를 직위해제하고 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이씨는 사건 후 피해자 가족에게 2,000만원을 주고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K씨는 성 추행 사건 이후 19일 자신의 수용거실 창틀에 목을 매 자살을 기도, 혼수상태에 빠져 경기도 안양시의 모 병원 응급실에서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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