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2004년 3월 동안 번졌던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체계에 허점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AI에 감염된 닭ㆍ오리 등을 땅에 파묻는 작업을 했던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혈액 채혈, 잠복기 이후의 감염 확인 등 기본적인 방역 절차에서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2004년 3월 AI 감염이 발생한 경기 양주의 한 양계장에서 처리 작업을 했던 이모(47)씨 등은 27일 “당시 100~150명이 닭을 땅에 파묻는 일을 했지만 작업이 끝난 뒤 AI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며 “그 이후에도 (AI 잠복기가 지난 뒤) 감염 증세 확인을 위해 정부 등에서 찾아온 일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AI 유행 당시 전염 가금류 처리 작업에 참여한 관계자 모두에게서 2,000여개의 혈액을 채취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설명을 뒤집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당시 채취한 혈액 중 400개를 분석한 결과, 4명이 증상이 없이 AI에 감염됐었다는 사실을 최근 밝혀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씨 등의 주장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측은 “2004년 1월 말쯤에 한국에서 발생한 AI는 인체 감염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결과 통보가 있었다”며 “이후에는 AI 감염 지역에서 일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채혈을 선별적으로 한 것으로 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AI 잠복기 이후 감염 증세 확인을 안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잠복기 이후 감염 증세를 확인하도록 되어 있다”며 “구체적인 사실은 확인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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