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을 당해 너무 괴로우면 나한테 전화해.” 중3에 올라가는 지은(가명ㆍ16)은 외모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유치원 때부터 일명 ‘왕따’였다. 선물을 사주면서 친구를 사귀려고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심하게 지은을 괴롭혔다. 울기도 많이 울었고 학교에 가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그런 지은이 “새 학기가 걱정 되지만 절대 무서워하지 않겠다. 여기 있는 친구들도 새 학기에는 무시당하지 말자”고 말했다. 웃는 얼굴로 말이다.
친구에게 따돌림 받는 13인방이 23일 오후 1시 서울 강북구 우이동 봉도청소년수련원 3층에 모였다.
서울시립청소년문화센터 스스로넷 상담실(www.wangtta.com) 주최로 처음 열린 ‘친구야! 놀자! 심화캠프’에 참가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의 학생들은 서로 경험담과 각오를 나누는 집단상담으로 1박2일의 일정을 시작하고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낯선 친구를 만나야 해 두려움이 매우 컸지만 꿋꿋하게 마음의 상처를 서로 보듬어 주고 있었다.
선희(가명ㆍ16)는 자신이 재미 없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사연을 도화지에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을 다 그린 선희가 마음이 상한 듯 얼굴을 붉히자 옆에서 지켜보던 은영(가명ㆍ17)이 “너도 그냥 무시하면 안 돼?”라고 정답을 얘기해준다.
선희에게 조언을 해두던 은영이 자기 얘기를 풀어놓는다. “애들은 내가 눈치가 너무 빠르다고 싫어해. 친구들을 배려하려고 그런 건데….” 이번에는 반대로 선희가 반격했다. “친구들이 싫어할 정도면 안돼.” 방 안에는 순간 냉기가 흘렀다. 하지만 은영은 자신의 단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 5시 말없이 지켜보던 재석(가명ㆍ16)이 비법을 조심스레 전수했다. “친구들과 취미생활을 같이 해봐. 난 요즘 게임방에서 어울리고 있는데 효과가 좋아.” 아이들은 “와~정말 대단하다”고 부러움 섞인 탄성을 보내며 손뼉을 쳐주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무서워 말도 못 걸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이들은 ‘동병상련’을 느끼는 사이가 됐다. 집단상담 4시간을 함께 한 아이들은 더 이상 왕따가 아니었다. 이들은 집단상담 외에 심리극, 게임, 전문가 상담도 하면서 24일까지 1박2일을 함께 보냈다.
행사를 주최한 스스로넷 상담실 임재연 실장은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들이 전문가들의 단독상담을 많이 받지만 효과가 크지는 않다”며 “아이들이 친한 친구처럼 밤을 같이 보내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면 자연스레 아픈 상처가 눈 녹듯 사라진다”고 말했다.
글ㆍ사진=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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