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젊은이들을 만나고 싶었는데….”
강단을 떠나는 스승의 가슴 속에는 아직도 ‘가르침’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한승주(65ㆍ사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년퇴임을 하루 앞둔 27일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낸 후에는 주로 대학원 강의만 맡았는데, 학부와 교양 과목에 좀더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에서 국제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뉴욕대 교수를 거쳐 1979년부터 고려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시절 외교부장관(1993~94년)을 시작으로 UN 키프로스 특사(96년), 르완다 인종학살 특별조사위원(99년), 주미대사(2003∼05년)를 역임하는 등 외교 현장을 누비느라 강단을 비워야 했다. 덕분에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학자’라는 칭송을 받아왔지만, 제자들 생각을 하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는 “입학과 졸업, 취업과 퇴임은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인데 퇴임 때가 되서야 이를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국제관계와 외교에 대해 비교적 균형잡힌 생각을 가진 것 같다”며 “때로는 교수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건전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북한 인권에 대해 우리 정부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든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일방적 의존보다 상호 의존적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당찬 주장들은 좌ㆍ우 이념이 대립하던 80년대~90년대 초반에는 듣기 힘들었던 얘기다.
한 교수는 강단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해 12월8일 가졌던 고별강의를 꼽았다. 당시 강의에는 ‘외교란 무엇인가’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 350여명 외에 어윤대 고려대 총장과 이홍구 전 총리를 비롯한 각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했다. 그는 “강의가 끝난 뒤 학생들이 ‘스승의 은혜’를 불러줬는데 무척 감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한 교수는 정년 퇴임 후에도 고려대 명예 교수로 남는다. 그는 “앞으로 여행과 저술, 사회봉사 등에 몰두하면서 국제기구와 정부의 자문에도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