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대책의 종합판으로 자화자찬했던 8ㆍ31 대책이 나온 지 6개월이 됐다.
그러나 정작 8ㆍ31 대책이 타깃으로 한 강남, 특히 재건축 단지들을 잡지 못하고 오히려 대책 이전 보다 값을 더 크게 올렸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못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소형 평형과 중ㆍ대형 평형간 가격차이가 더 벌어지는 양극화 현상도 더욱 가속화했고, 한쪽을 규제하면 다른 지역 집값이 상승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도 계속되면서 시장 불안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8ㆍ31 대책으로도 모자라자 정부는 내달 말까지 2단계 대책까지 마련중이다.
강남ㆍ재건축은 도리어 상승
8ㆍ31 대책 발표 직후 강남 재건축 단지들은 일시에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씩 떨어지며 ‘약발’이 먹히는 듯 했지만 이내 회복세로 돌아섰고 지금은 재건축 단지 대부분이 8ㆍ31대책 이전보다 가격이 훨씬 올라 있다.
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값 변동률은 8ㆍ31 대책 직후인 지난해 9월 -1.41%, 10월 -0.91%로 하락세를 보이며 집값 안정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11월부터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강남 아파트값이 회복세로 돌아섰다. 이후 서울시의 용적률 및 층고 완화 소문에 가격 상승세가 탄력을 받아 지금은 대부분 단지들이 8ㆍ31대책 이전 수준을 이미 넘어서 버렸다.
정부가 다음달까지 재건축 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내용의 대책안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호가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올 들어서만 1~2억원씩 오른 가격은 좀처럼 빠지지 않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를 비롯한 강남 초고층 주상복합과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도곡동 렉슬, 삼성동 아이파크 등 이른바 ‘명품’ 아파트값은 재건축에 집중된 규제 ‘덕’에 오히려 수억원씩 오르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양극화 부작용 심화
8ㆍ31대책 이후 중ㆍ대형 아파트의 상승률은 높은 데 비해 소형 아파트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내려가는 양극화 양상이 뚜렷해졌다.
정작 규제의 타깃이 됐던 강남권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값은 되레 큰 폭으로 오른 반면 투기나 집값 폭등과는 상관이 없었던 서울 강북이나 수도권 외곽 등 비인기 지역 아파트값은 오히려 떨어지는 차별화 현상도 두드러졌다.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에 따라 적은 평수의 집을 여러 채 보유할 경우 세금 폭탄이 불가피한만큼 다주택자들이 소형주택을 처분하고 강남 등 인기지역 아파트나 수요가 몰리는 중ㆍ대형 위주로 주택을 소유하려고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현재까지 전국의 아파트 가격은 2.60% 상승했지만 20평형 미만은 0.36% 오르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40평형대는 3.98%, 50평형 이상은 5.82% 올라 큰 집일수록 집값이 많이 올랐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금 강화 조치로 비인기 지역의 집을 팔고 이른바 ‘돈이 된다’는 강남지역 중ㆍ대형 아파트 한 채로 합치려는 수요 패턴이 강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 소형과 중ㆍ대형간의 가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양극화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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