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술자리 성추행 사건은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일이다. 초등학교 여학생 피살 사건을 계기로 국민 모두가 성폭력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했음을 아프게 자성하고 있는 판이다. 그런 와중에 3선의 중진의원이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어떤 정치적 사안보다 더 중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초등학교 여학생 피살 직후 누구보다 발 빠르게 전자팔찌 시스템 도입, 여성부에 사법경찰권 부여 등의 고강도 대책을 소리 높였던 당이다. 더욱이 최 의원은 판사와 간부검사 출신으로 대통령 사정·민정비서관, 국회 법사위원장을 지냈고
사건 당시 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다. 낡고 때묻은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진력하는 한나라당이 이번에 그에게 중앙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긴 것도 나름대로 법과 원칙을 중시해온 그의 경력과 이미지를 평가한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최 의원의 행태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다. 게다가 “음식점 주인으로 착각했다”는 변명은 또 뭔가. 성적으로 더 존중 받거나 덜 존중 받을 대상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이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욱 위험한 인식의 굴절이다.
최 의원은 황급히 사과하고 한나라당도 출당·제명 등 할 수 있는 최고 강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정도로 충분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이 사건은 성추행, 성폭행을 일상으로 가능케 하는 우리 사회 전반의 왜곡된 성의식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엄정하게 다루어져야 마땅하다. 최 의원은 스스로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 피해자 고발에 따른 형사처벌 여부는 그 다음 일이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을 당내 의식과 풍토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골프장 경비원 폭행사건, 지역모임에서의 맥주병 투척사건, 술자리 폭언논란에다 이번 사건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런 수준의 의원 자질과 문화로는 도저히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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