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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생 밤이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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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알바생 밤이 무섭다

입력
2006.02.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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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군입대를 앞두고 동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주모(21)씨. 186cm의 키에 100kg이 넘는 몸무게로 ‘한 덩치’ 하지만 요즘은 밤 근무가 무섭기만 하다.

끊이지 않고 터지는 편의점 강도 소식이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 탓이다. 그는 “혹시나 싶어서 지난 일요일부터 계산대 밑에 야구 방망이 하나를 숨겨 놓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9,000여 편의점이 한밤에 떨고 있다. 활개치는 편의점 상대 야간 범죄 때문이다.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곳, 확 트인 대로에 위치한 곳, 밝은 조명과 폐쇄회로 카메라의 감시 때문에 안전한 곳이란 이미지는 어느 틈에 퇴색했다.

예기치 않는 범죄에 대비해 지구대 비상벨, 사설 보안업체 감시 프로그램 등 각 업체들이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밤 강도 사건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 때문인지 각 편의점은 야간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서울 마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58) 사장은 야간에 가게를 직접 보고 있다.

일하겠다는 사람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도 영화에서처럼 서랍에 총 한 자루씩 넣고 일을 봐야 하는 거 아니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유독 편의점이 야간 범행의 대상에 오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편의점 강도 사건이 많았던 광주 동부경찰서의 관계자는 “큰 돈은 아니지만 야간에 현금을 취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이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편의점들이 불시에 일어나는 범죄에 대비해 무방비로 있는 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비상벨. 각 편의점은 근처 지구대뿐 아니라 사설 보안업체와 연결된 긴급 비상망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상대 범죄는 직원 협박에서 돈을 쓸어가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는 ‘초스피드 범죄’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비상벨은 무용지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난 겨울 근무 중에 강도를 당한 편의점 직원 권모(24)씨가 이를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는 “비상벨을 눌렀지만 경찰은 반응 조차 없었고 보안 업체는 5분이 지나서야 도착했다”며 “이미 상황 끝이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의 위치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편의점 습격 사건’을 일으키는 강도가 아니라 집안의 ‘좀도둑’을 감시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

한 편의점 직원은 “감시 카메라 설치의 1차적 이유가 범인 색출에 있기보다 직원 감시에 있다”며 “카메라의 위치부터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강도 사건에 비해 인명 피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업주들이 직원들의 신변 안전을 우려해 강도에 저항해 싸우지 말고 계산대의 돈은 순순히 내주라고 교육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들은 20만원 정도의 현금만 계산대에 놓고 있기 때문에 피해 금액이 그리 크지 않고 ‘현금도난보험’, ‘강도안심상해보험’등에 가입해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편의점은 손쉽게 털 수 있다”는 선입견을 심어줘 2차, 3차 범죄를 부른다고 지적한다.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박정선(44) 교수는 “감시의 눈이 없는 심야 시간대의 편의점은 범행의 기회적인 측면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데다 TV에서 범행 장면을 여과 없이 방영해 모방 범죄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야간근무는 2명을 세워 최소한의 통제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 편의점범죄 예방 이렇게

편의점 상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거동이나 복장이 수상한 손님을 눈 여겨 봐야 한다. 편의점 강도 중 열에 아홉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특히 오토바이 헬멧을 착용한 채 가게로 들어오는 손님은 요주의 인물이다. 완벽한 위장뿐 아니라 최상의 도주 수단도 갖췄기 때문이다.

편의점 내 반사경이나 폐쇄회로(CCTV) 카메라 등 방범 장치를 눈에 잘 띄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사경과 카메라의 먼지는 털어주고 반사 각도도 일정하게 유지시켜야 한다.

조명 역시 무시해선 안 된다. 깜박거리는 형광등은 즉각 교체해 가급적 높은 조도를 확보해야 한다.

편의점 직원들의 상냥한 태도가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1년 이상 숙련된 경험을 가진 매장 직원들은 “밝고 친절하게 대하면 강도 사건도 사전에 무마시킬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무엇보다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편의점 강도 예방법은 심야 근무 인원을 2명으로 늘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대부분의 편의점 강도 사건은 직원 혼자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매장에서 일어났다.

정민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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