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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한국어가 어려운 한국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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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한국어가 어려운 한국아이들

입력
2006.02.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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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겪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언어이다. 어른들은 영어와 불어까지 하는 이곳에서 맘대로 속 시원하게 의사소통하기 어려워서 여러 가지 불편을 겪는다. 중ㆍ고등학생 때 유학이나 이민을 온 학생들은 영어와 불어를 따라잡기도 힘든 데, 학교 도에 맞춰서 공부를 해야 하므로 어려움이 많다. 여기서 태어나거나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 온 아이들에겐 오히려 한국어가 힘든 외국어로 받아들여지는 문제들이 생긴다.

한국에서 중ㆍ고등학교에 다니다 온 아이들의 부모들은 어려서 이민 온 아이들이 유창하게 불어를 하는 것을 보며 부러워하곤 한다. 하지만 유치원에서 한글을 쓰고 읽을 줄 알 던 상태에서 이민을 온 아이들도 이곳 생활에 너무 적응을 잘해서 인지, 점점 한글을 어려워하고, 한국어의 이해력이 떨어지고, 아는 단어도 잊어가고 있다.

이러니 아이와의 의사소통이 힘들어지고, 아주 기본적인 말도 하나하나 설명을 해 줘야 한다. 불어 학교를 다니면서 온통 불어만 하는 아이가 처음에는 신기하고, 대견하기까지 했다. 잠꼬대까지 불어로 하는 아이한테는 이젠 불어가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민을 오면서 내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아이에게 한국어를 책임지고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절감하고 있다.

아이와 말을 하는 도중에 서로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글을 읽어도 그 뜻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 이대로 방치하면 안 된다는 생각 끝에 이런저런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에서 보면 이상하게 여길지 모르지만, 아이들이 한국어 과외수업을 하는 가정들도 있다. 일부러 한국 TV 프로그램 중 아이들이 볼 만한 비디오나 DVD를 빌려와서 보여주기도 한다. 한국에서 한국어 학습지와 만화 위인 DVD 등을 사 와서 보여주고 같이 공부를 하기도 하는데, 사실 큰 도움은 안 되는 듯하다.

주말마다 한국의 할아버지 할머니와 통화를 할 때면, 아이의 어휘력의 한계와 어른들 말씀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 때문에 속상하고, 어른들께 너무 죄송하기 만 하다. 애국자는 아니지만, 한국인이면서 한국말을 못하는 정체성이 없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은 것이 엄마의 욕심이다.

단지 엄마의 욕심으로 아이를 몰아세우기에는 역부족인 점도 있다. 한국어가 스트레스로 다가가면 안 될 것 같고, 아이의 불어학교 공부도 신경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경희 <캐나다 몬트리올 거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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