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가 문화강국의 꿈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복제 하면 으레 가요ㆍ영화를 떠올리게 되지만, 시와 소설 등 문학작품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공짜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소식(한국일보 25일자 1면)은 더욱 우울하다.
특정 시인의 시집 전체 분량을 보유한 사이트가 적지 않고, 대하소설까지 통째로 받을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굳이 책을 살 이유가 없는 셈이니, 안 그래도 위축된 문학의 힘이 더욱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제2의 ‘태백산맥’이나 ‘접시꽃 당신’을 기대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시인ㆍ작가의 역량이 갑자기 떨어져서가 아니라 이들을 떠받쳐 상상력을 자극할 유통의 힘이 벼랑 끝에 섰기 때문이다.
언어적 상상력과 서사의 기초를 이루는 문학이 쇠퇴하면, 드라마와 영화의 구성력도 따라서 떨어진다. 아시아를 휩쓰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의 힘도 탄탄한 서사구조에 힘입은 바 크다. ‘왕의 남자’도 이를 확인시켰다. 문학이 쇠하면 결국 ‘한류’가 잦아들고, 나아가 문화강국의 꿈이 아득해진다. ‘복제 문학’이 판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이유이다.
더욱이 인터넷을 통한 가요나 영화의 불법 복제에 대해서는 그나마 약간의 심리적 부담을 느끼지만 문학작품에 대해서는 그런 부담조차 없다. 한 두 편의 시로 개인 홈페이지를 장식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통째로 퍼서 나르면서도 나쁜 짓이라고 여기기는커녕 일종의 멋이나, 선의ㆍ미덕으로 여긴다.
따라서 문학 저작권 관리 체계의 단순화, 문학 전자유통 체계 강화 등 행정적 대책이 시급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문제해결을 기약할 수 없다. P2P 사이트나 블로그에까지 힘이 미치는 것은 자율규제뿐이며, 그 기초는 개인 의식의 변화를 통해 다져갈 수밖에 없다. 물론 어려운 과제이지만 문화강국의 꿈에 다가서는 길이란 개인적 뿌듯함을 안길 수만 있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나서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