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의 어깨엔 희망을 걸어 볼 만하지만 방망이는 아직까지 낮잠을 자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을 앞둔 한국야구대표팀은 25,26일 일본 후쿠오카의 야후돔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2차례 연습경기를 갖고 실전감각을 가다듬었다. 실전 무대에서 드러난 전력은 뚜렷한 ‘투고타저’다.
코칭스태프로부터 가장 후한 평가를 받은 쪽은 해외파 투수들. 26일 차례로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샌디에이고) 서재응(LA 다저스) 김선우(콜로라도) 구대성(뉴욕 메츠) 김병현(콜로라도) 등 해외파 투수들은 롯데에게 5점을 내주며 3-5의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지만 내용은 ‘그리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대표팀의 투수 코치인 삼성 선동열 감독은 “시차 적응 문제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부진하다고 볼 수 없다. 일본과 대만의 전력 분석팀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어 투수들에게 ‘갖고 있는 기량 전부를 보여주지는 말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날 2이닝 동안 2실점한 서재응과 9회 마무리로 등판해 3실점한 김병현도 볼의 위력만큼은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 박찬호와 김선우는 각각 2이닝 무실점, 구대성은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김선우는 시속 147㎞의 강속구를 찍어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해외파 투수들에 대해 “대회 기간까지 페이스가 올라올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롯데에 패한 것은 본인들도 깜짝 놀랐을 것”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반면 25일 롯데와의 1차전에 출전한 국내파 투수들은 9이닝을 1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6-1의 승리를 거뒀지만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선발 손민한(롯데)은 제한 투구수에 육박하는 63개를 던지는 동안 채 3이닝을 막지 못했고, 배영수(삼성) 전병두(기아) 오승환(삼성) 등도 안타와 4사구를 남발하는 등 기대이하였다.
김인식 감독은 “투구수 제한 때문에 처음부터 공격적인 피칭을 해야 하는데 컨트롤이 좋지 않아 투구수가 많아졌다. 실전 감각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선동열 감독도 “현재와 같은 컨디션이라면 대만과 일본전에는 손민한 배영수 박명환 등 국내파 투수들을 선발로 내세우기 곤란하다. 해외파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타선이다. 1, 2차전을 통틀어 3안타 2타점을 기록한 이승엽(요미우리) 정도만 제 몫을 해주고 있을 뿐 나머지 타자들은 대부분 ‘헤매고’ 있다. 2경기에서 무려 5개의 병살타가 터져 나오는 등 집중력도 실종됐다. 김인식 감독은 “빠른 볼과 빠른 변화구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고 걱정했다.
대표팀은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전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7일 오전 후쿠오카 간노스구장에서 5이닝짜리 자체 청백전을 벌인다.
후쿠오카=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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