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귀신, 영어 도사, 언어영역의 달인. 한 반에는 이런 별칭을 얻은 아이들이 한둘씩 있기 마련이다. 그 과목에 관해서만은 그 친구가 최고라는 명성을 얻은 아이들이다. 그들은 특정 과목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자기만의 확고한 전략과목을 구축한 학생들이다.
전략과목이란, 시험의 난이도와 상관없이 항상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과목을 말한다. 당연히 전략과목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질 리가 만무하다. 오랜 시간을 두고 땀과 지략을 투자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특별한 천재들에게만 해당하는 일은 아니다. 모든 학생들은 자신의 전략과목 육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해야 한다. 고학년이 되기 전까지 주요과목 중 한 과목 이상 전략과목을 만들기만 한다면 수능을 위한 시간 운영이 훨씬 여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의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몰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최상의 지경에 도달하기 전까지 광기에 가까운 몰두의 시간이 필수적이다. 고3이 되기 전에 한두 과목에 미쳐보는 것도 좋겠다. 지적 몰입의 경험은 인식의 지평을 확장한다. 깊이 파고 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지혜와 각성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 끝에서는 이제까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신천지가 열리기도 한다.
고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의 최대 고민은 과학이었다. 아무리 학원을 다녀도 성적이 바닥이었다. 과학책은 펴기만 해도 골치가 아팠고, 학원은 다니면 다닐수록 신물이 났다. 과학 과목으로 인해 내신 시험의 평균이 깎일 때마다 매니저에게 짜증을 부리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러던 어느날 학생이 커다란 결심을 했다. 과학 과목을 상대로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더 이상 질질 끌려 다니기만 할 수 없다는 대오각성을 하고, 과학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것이다. 맥없이 다니던 학원도 정리하고 오로지 오기만을 무리로 과학 공부를 시작했다. 숱한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사실 독을 품고 덤벼들어 정복 불가능한 과목은 없다. 대략 8개월간의 사투가 끝난 후, 마침내 학생은 어떤 사교육의 도움도 없이 과학 과목에서 최고의 점수를 받아 냈다. 오히려 이제는 과학 과목에 한해서만은 어떤 문제가 나와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약대를 지망하는 학생의 발목을 잡았던 과학 과목의 굴레에서 해방되자 학생은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에 임할 수 있었고, 그 자신감으로 다른 과목 점수마저 동반상승하는 결과를 이룩했다.
이제까지 그 아이는 수박의 겉만을 핥은 뒤 딱딱하고 떫다며 탄식했던 것이다. 달콤한 과육을 맛보기 위해서는 우선 돌처럼 견고한 껍질을 뚫고 내려가야 한다는 진리를 학생은 생생한 체험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노력이 힘겨웠던 만큼 열매는 달고 청량했다.
어느 정도 이상의 경지에 오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산 정상에서 느낄 수 있는 호연지기(浩然之氣)는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등반의 고통 없이는 얻을 수 없는 보람이다. 그러나 높은 산에 오르면 발아래 세상은 눈앞에 많은 것을 드러낸다.
김송은 <학습전문가ㆍ에듀플렉스대치원장>학습전문가ㆍ에듀플렉스대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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