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창업한 것은 태조 이성계이다. 그러나 사병을 혁파하고 공신과 외척을 숙청하여 왕권을 강화하는 한편, 제도를 정비하여 조선왕조 500년 역사의 기틀을 닦은 것은 단연 태종 이방원의 업적이다. 세종 대에 이르러 한글이 창제되고 과학 기술 문화가 꽃피는 태평성대를 맞이하게 된 것은 태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어느 국가든 조직이든 그 역량을 확대하고 강화하는 도약 단계가 밑거름이 되어야만 그 다음 대에 역량이 절정에 달하는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정부가 과학기술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한 것은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첫 정부다운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과기부를 부총리가 지휘하게 되면서 과학기술장관 회의가 정례화되는 등 부처 단위의 과학기술정책이 정부 차원의 국가정책으로 한 단계 격상되었다. 이를 통해 창조형 국가기술혁신체계 도입 등 선진국 도약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대표적 사례 하나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육성 정책이다.
과학기술과 연구개발의 효과는 투자 총액 및 지난 수년간의 누적투자액에 의해서 결정된다.그런데 한국의 누적 총투자 규모는 일본의 약 10분의 1, 미국의 약 2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규모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과기부는 향후 5∼10년 이내에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산업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여기서 벌어들인 재원을 다시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순환고리 정착에 주력해 왔다. 연구개발 예산의 투자효과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가는 ‘연구개발의 확대재투자 전략’이 그것이다.
이들 정책의 성과는 이미 가시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6조원 수준(02년)에서 7조8,000억원(05년)으로 증액하고, 그 편성과 집행을 과학기술혁신본부로 일원화함으로써 과기 예산의 전문화, 효율화, 투명화를 동시에 추구하였다. 이는 예산의 양적인 면에서, 또 집행의 질적인 면에서도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구체적으로 IT를 포함한 기술 인프라 부문의 IMD 국가기술 경쟁력이 27위('03년)에서 2위('05년)로 급상승했다. 세계 일류상품의 숫자가 278개('02년)에서 505개('05년)로 늘어났으며, 기술수출액도 6억4,000만 달러('02년)에서 14억 달러('04년)를 넘어섰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는 거의 모든 부처의 업무가 빠르게 과학기술 관련 업무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부의 정책도 관련 산업정책과 전문 인력양성 등 범부처적 영역으로 확대돼야 한다. 즉, 첨단과학기술과 관련된 부처간 정책조정 기능을 담당하는 수준으로 발전함으로써 과기부총리가 재경부총리와 함께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서 국가발전의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과기부가 풀어야 할 화두(話頭) 역시 과학기술혁신을 통한 경제 활성화와 양극화 해소 두 가지에 모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정책, 인력양성, 정책조정에 핵심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이와 관련한 부처들의 정책을 총괄 추진하기 위한 체제의 정비와 강력한 리더십이 바로 2대 과기부총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태종의 결단이 있었기에 성군 세종이 있을 수 있었고, 광개토대왕의 정복전쟁이 있었기에 장수왕의 태평성세가 가능했다. 2대 과기부총리 역시 첨단과학기술 입국을 통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구가하는 미래 선진국 대한민국의 초석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김태유 <서울대 공대 교수>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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