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24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데 이어 25, 26일 반대파 인사들을 대거 체포하고 시위를 원천 봉쇄하면서 소요 사태는 일단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들과 필리핀 공산반군이 아로요 대통령 퇴진에 동참하고 나서는 등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필리핀 군과 경찰은 또 1986년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를 축출한 1차 피플파워 20주년 기념일인 25일 아로요 대통령 사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던 예비역 장성 라몬 몬타뇨 등 반대파 100여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로요 정권에 비판적 논조를 견지해 온 데일리 트리뷴은 압수수색을 당했다. 언론은 “우리는 86년으로 되돌아왔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대통령궁과 피플파워 기념물 주위 등 마닐라 곳곳에 대한 경계 경비가 강화되면서 시위는 일단 소강 상태를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3차 피플파워는 사실상 힘들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쿠데타 기도와 반 정부 시위가 사전 차단되고 주요 반대파가 체포돼, 당장 퇴진운동을 주도할 세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당의 아로요 퇴진운동은 필리핀 공산반군도 동참 의사를 밝히는 등 세를 넓혀가고 있다. 특히 쿠데타 기도에 대한 책임을 씌워 레나토 해병 사령관을 사임시킨 것이 일부 군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미란다의 부하 100여명은 무장한채 그가 머무는 마닐라의 해병대 본부에 집결해 정부군과 대치했다. 일부 시민들이 현장에 모여들고, 27일 마닐라에 휴교령이 내려져 밤 사이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기도 했다.
반발 해병들은 4시간 만에 대치를 풀었으나 긴장감은 여전한 높은 상황이다. 넬손 알라가 신임 해병대 사령관은 해병대의 명령체계는 자신의 통제 하에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아로요 탄핵을 추진해 타격을 입힌 야당은 이번에 비상사태 위헌소송을 통해 재차 아로요 정권을 압박할 예정이다.
피델 라모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 등도 “쿠데타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는데도 아로요 대통령이 자신의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위헌”이라며 아로요 퇴진을 요구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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