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논제 분석
청어를 잡아 먼거리로 수송하면 대부분이 죽는다. 그러나 청어 통 안에 큰 메기(도전)를 넣으면, 청어는 살아남으려고 계속 도망(응전)친다. 그러면 어선이 항구에 도착해도 청어는 싱싱하게 살아있다. 토인비가 자주 든 예이다. ‘도전’과 ‘응전’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재해나 외세침략(도전:불안)을 받았던 중국, 인도 문명은 아직도 건재하지만 마야처럼 도전 받지 않았던 문명은 사라졌다.
‘불안’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얼핏 보면 불안은 나쁘다. 하지만 불안은 문명창달의 원동력이기도 하였다. 인간이 불안을 해결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현재의 과학과 문명을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발전 속에서도 더 불안하다. 직장인은 내일을 장담할 수 없고 자살자는 매년 1만 명을 넘는다. 범죄와 테러는 증가하고 핵무기와 환경오염은 예전에 없던 것이다. 이제 불안은 보편적이다. 그러면 이러한 불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하는가, 사회의 생산적인 역동성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논제이다.
나. 제시문 분석
제시문 (가)는 <주역> 의 64 점괘 중 하나인 화택규(火澤睽)괘에 대한 설명이다. 이는 물 위에 불이 있다는 뜻으로, 개인․집단을 막론하고 서로 ‘반목․배반’(불안)하는 경우이다. 이러면 우리(군자)는 귀결은 같아도 하는 일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선처’해야 한다. 어긋남을 인식하면서 ‘화협’(응전)해야 한다. 가령, 같은 나무에서 활과 화살을 만드는 것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화택규괘의 원리이다. 주역>
(나)는 종교시인 허버트가 쓴 시이다. 인간이 모든 것을 가지면 하나님을 따르지 않기에 안식을 주지 않았다. 운명처럼 늘 불안에 젖게 하리라. 그리하여 선(善)을 찾지 못하면 불안이 무서워서라도 하나님을 믿게 하리라.
제시문 (다)는 정신분석의 대가 프로이트가 쓴 글이다. 아이의 불안을 설명한다. 위험에서 보호받고 싶은 상황은 욕구의 긴장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해소되어야 할 자극이 축적되는 것이 위험의 본질이고 불안이다.
(라)는 뉴턴의 법칙 발견이다. 혜성에 대한 불안감(지구와 충돌)은 이 법칙을 발견한 중요한 원인이다. 충돌하면 인류가 멸망할 것이기에 혜성이 다시 나타나는 주기를 계산하였고, 이 와중에서 만유인력법칙을 만들었다. 위대한 발견은 생각들이 서로 부딪히고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생긴다.
다. 답안 작성
글의 공통주제는 ‘불안’이다. 제시문 (나),(다)는 불안을 분명하게 말한다. 답안 작성은 먼저, 불안을 중심으로 하여 각 ‘제시문을 분석’한다. 그 다음, 불안을 ‘구체적’인 ‘사회문화 현상’에 적용하여 논술한다. 제시문을 활용하면, 불안은 항상 존재하고 생산적(제시문 라)이라는 관점을 취할 수 있다. 사회변동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하고, 불안이 개인․역사발전에서 가지는 에너지도 검토해 보면 좋은 글이 될 것이다.
이집트인들은 주기적으로 범람하는 나일강 때문에 홍수시기를 정확히 예측해야 했다. 그래서 정확한 달력을 만들었다. 우리의 경우 가난과 보릿고개에 대한 불안감이 7,80년대의 경제발전을 만들었다. 그러나 식탐, 중고생 의 흡연, 수면장애, 자살, 중세의 마녀사냥처럼 불안이 ‘부정적’인 경우도 있다. (글에서, 불안의 역할이 둘로 구분되는 이유?를 간단히 언급할 수도 있겠다)
김영규 우민OK논구술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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