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소녀 마라는 어느날 마당의 커다란 은행나무에 지어놓은 나무집에 올라갔다가 신기한 친구를 만난다. 자신을 은행잎 속에 있는 엽록체라고 소개한 이 친구는 마라에게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생명의 비밀을 알려 줄 테니 과거로 날아가는 시간여행을 하자는 것이다. 마라와 엽록체는 나무집 타임머신을 타고 지구가 태어난 순간부터 생명이 처음 나타나고 진화를 거듭해서 인간이 등장하기까지 40억 년의 긴 시간을 여행한다.
이 책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들려주는 생명의 역사, 진화 이야기다. 초등 고학년이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이다. 정말로 그런 타임머신이 있다면, 얼마나 신기하고 재미있을까. 진화의 여러 단계에서 벌어진 구체적 사건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면 굉장할 것이다. 물론 위험한 순간도 있다. 유독가스와 번개, 부글부글 끓는 바다의 원시 지구에 놀라고, 양치식물 숲에서 사람 만큼 커다란 왕잠자리에 ?기기도 한다.
스릴 넘치는 모험 이야기처럼 읽을 수 있는 이 책은 생물학의 기본 지식과 지구 역사에 대한 정보로 가득하다. 가볍게 건드리지 않고 꽤 깊이 있게 다루지만, 어려운 낱말을 재치있게 풀어 쓰거나 생생한 묘사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를 테면 자외선은 ‘화살 광선’, DNA는 ‘진주 사슬’, 식물의 열매를 먹어 널리 퍼뜨리는 동물을 ‘자가용’에 비유하는 식이다.
인간의 몸을 이루는 세포는 무려 75조 개! 하나의 세포로 이뤄진 단세포 생물이 진화의 긴 터널을 지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역사가 얼마나 까마득한 것이고, 인간의 역사는 그에 비해 얼마나 짧은지 다음 글이 실감나게 보여준다.
“최초의 생명부터 현재까지를 1년으로 쳤을 때 단세포가 1월 1일 태어났고, 2월 1일부터 엽록체가 광합성을 시작했으며, 남세균과 엽록체가 만난 것이 8월 1일, 볼복스가 태어난 것은 9월 1일, 그렇게 해서 인간이 태어난 것은 12월 31일 11시 37분이었단다.”
가브리엘레 키서-프리자크 글
줄리아 비트캄프 그림, 박종대 옮김
웅진주니어 발행ㆍ1만1,000원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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