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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여옥의 애매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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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전여옥의 애매한 태도

입력
2006.02.27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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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선 정치부 기자

요 몇일새 정치권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5ㆍ31 지방선거도, 사학법도 아니다. 어이 없게도, ‘치매’다.

발단은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이 22일 당 행사에서 “김정일이 공항에서 껴안아 주니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치매든 노인처럼 얼어서 있다 합의한 게 6·15 선언”이라고 말했다는 23일자 한 인터넷 매체의 보도였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노당은 전 의원을 “개똥”, “돼지”, “젊은 치매환자” 등에 비유하며 저질 막말 비난에 합세했다. 정치권의 품위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국민의 정치혐오증은 한계를 시험 당하고 있다.

그런데 발언 당사자인 전 의원은 나흘째 애매한 태도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전의원은 행사 다음날인 23일 “기억이 안 난다”고 피해 갔었다. 26일에도 그는 “나도 궁금하다”며 “다른 사람이 같은 말을 했으면 별로 논란이 안 됐을 텐데,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보도 때문에 DJ가 상심했다면 얼마든 사과할 수 있다”고도 했지만, 실제로 치매 발언을 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명쾌하게 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발언 때문에 정치권에 한심한 소란이 일고 있음에도 이처럼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발언 시점이 1년전, 한 달 전도 아닌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사실 납득이 안 된다

. 사석도 아닌 당의 공식 행사장에서 한 발언인 만큼 그런 말을 했는지 여부를 당당히 밝힌 뒤 사과할 게 있으면 하고, 아니면 보도한 언론이나 우리당에 법적ㆍ정치적 대응을 하는 게 정도다.

정치권 밖에 있는 김 전 대통령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전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키로 한 우리당도 딱하기는 마찬가지다. 때 아닌 ‘치매 정국’에 국민은 짜증이 난다.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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