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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친일파의 노래' 언제까지 울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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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친일파의 노래' 언제까지 울리는가

입력
2006.02.2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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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 / 한상범 지음 / 삼인 발행ㆍ9,800원

▲ 기억을 둘러싼 투쟁 / 김민철 지음 / 아세아문화사 발행ㆍ1만4,000원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61년. 하지만 진작 정리됐어야 할 친일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사회적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에는 일제시대를 종전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친일 인사를 옹호하는 일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과거보다 훨씬 둔감한 것 같다.

친일 문제를 다룬 책 두 권이 나왔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한상범 동국대 명예교수의 ‘박정희와 친일파의 유령들’, 김민철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기획총괄과장이 쓴 ‘기억을 둘러싼 투쟁’.

‘…유령들’에는 저자의 울분이 녹아 있다. 일본이 전쟁 국가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한국의 친일파 혹은 그 추종자는 일본 극우와 손 잡고 그들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가 축복이었다는 발언이 우리 내부에서 나오고, 그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적극 옹호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상범은 역사적으로 볼 때, 친일파가 미 군정에 편승하고 이승만의 정치 기반으로 변신한 뒤 박정희 시대에 지배세력의 정상에 올랐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매커시즘을 사용하고, 안보 장사를 활용하며, 법률 기술자를 동원해 개혁 입법을 쭉정이로 만들고 외국 극우세력과 국제 연합전선을 편다. 역사의 무대에서 결코 스스로 퇴장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이 극에 달한 박정희 정권의 찬양으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 저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박정희 시대를 미화하려는 지식인을 사이비라고 규정한다. 아울러 방관자가 되어 민족 반역자를 기쁘게 하지 말아야 하며 정치가 더럽다고 기피함으로써 구 기득권 부류를 즐겁게 해주지도 말아야 한다고 독자들에게 호소한다.

‘…투쟁’역시 비슷한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의 정치 문화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데 있고, 그 기원은 친일청산의 실패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구체적 접근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극단적인 단순화, 이에 따른 선악의 편가르기로 친일 문제를 접근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나중에 태어난 자의 특권으로 앞 시대를 비판하지 말자”는 독일 철학자 하버마스의 충고를 인용한다. 그 만큼 친일의 양태는 복잡하고도 다양해서 적극적, 자발적인 것이 있고, 마지못한 부일이 있기 때문에 구분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친일파의 행태와 이에 대한 대응에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친일파는 친일만 한 게 아니라 분단, 독재 체제 하에서 민족과 민주를 파괴하는 중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죄를 숨기는 것만으로도 모자라 떳떳하게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려 한다고 꼬집는다. 그리고 이는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반성할 줄 모르는 문화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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