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이야 대부분 집 안에 수세식 화장실이 있지만, 예전에는 집 안채에서 떨어진 뒷간에서 변을 봤다. 전깃불도 없던 시절, 캄캄한 밤중에 뒷간 가는 건 아이들한테 무서운 일이었다. 게다가 뒷간에는 귀신도 산다고 했으니….
‘밤똥 참기’는 요즘 아이들에겐 낯선 그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림책이다. 추운 겨울 밤, 뒷간 가는 게 무서운 아이는 똥을 참느라 줄방귀를 뀐다. 참다 못한 형이 따라 나서지만, 동생이 볼 일을 마치고 나오는 순간 갑자기 휘몰아친 바람에 촛불이 꺼지자 형제는 놀라 비명을 지른다.
그 소리에 달려온 엄마는 다시는 밤똥을 누지 않게 해주겠다고 한다. 엄마의 비결은 닭에게 밤똥을 파는 것. “닭이나 밤똥 누지, 사람도 밤똥 누나! 닭아, 맛있는 우리 똥 좀 사다오.” 그렇게 주문을 외면서 닭한테 절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닭한테 절 하는 건 사실 창피한 일. 옛날 어른들은 그렇게 해서 밤똥 누는 아이들 버릇을 고쳤단다.
이 책은 글도 재미있지만 그림은 더 재미있다. 표지 그림부터 익살맞다. 아이는 똥을 참느라 힘든지 뿌루퉁한 얼굴로 닭을 흘겨보는데, 닭은 ‘쟤가 왜 저러지?’ 꼭 그런 표정이다. 독가스 같은 줄방귀를 뀌는 아이, 동생 데리고 뒷간 가는 형의 겁에 질린 표정, 밤똥 사라고 닭들 앞에서 노래하는 형제와 멀뚱멀뚱 쳐다보는 닭들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그림책은 지금은 사라지고 잊혀진 옛날 우리나라 아이들 문화를 소개하는 ‘국시꼬랭이 동네’ 시리즈의 한 권이다. ‘국시꼬랭이’는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국수를 만들 때 잘라낸 자투리를 가리키는 경북 지역 사투리다. 아이들이 간식으로 구워서 먹던 국시꼬랭이처럼 이 시리즈도 맛있다. 이번 책에 앞서 ‘똥떡’ ‘싸개싸개 오줌싸개’ ‘아카시아 파마’ ‘달구와 손톱’ 등 12권이 나왔다.
오미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