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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못펴는 유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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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못펴는 유관순

입력
2006.02.2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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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관순 열사 영정 바로잡기 사업이 오랜 논란끝에 가까스로 3년전 시작됐으나 다시 무산 위기에 놓였다.

24일 유관순기념관 및 천안시 등에 따르면 40대 중년 여성으로 묘사된 유관순 열사 영정을 고증에 걸맞게 10대 모습으로 바로잡는 사업을 펴고 있다.

천안시는 2003년 유 열사가 이화학당 시절 선생 및 급우들과 함께 찍은 갸름한 얼굴에 청순한 모습의 사진을 기본으로 ▦연령에 맞고 사실적이며 ▦청순하고 진취적 기상을 지닌 ▦민족소녀의 모습이 투영되도록 새로운 영정 제작에 나섰다.

기념관 등에 걸린 유 열사의 영정은 1986년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 화백이 그린 것으로 18세라고 보기에는 나이가 너무 들어 보이고 수심에 가득 찬 모습이라는 비판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시는 장 화백에게 새로운 영정 제작을 맡겼지만, 지난해 친일 행적 시비에 휘말린 장 화백이 타계하면서 충남대 윤여환(54ㆍ화화과)교수가 제작했다. 윤 교수는 유열사의 서대문형무소 수감 사진과 이화학당 재학시절 사진 등 3점의 얼굴 원본 사진을 바탕으로 청순하고 진취적이며 항일 이미지가 담긴 밑그림을 지난해 10월 완성, 문광부에 심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유 열사의 영정 교체는 다시 제동이 걸렸다. 문광부 국가표준영정심의위원회가 지금까지 본격적인 심의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영정의 교체와 지정 해제에 관한 규정과 전례가 없고 교체시 많은 문제점이 예상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문광부는 심의를 요청한 지 45일만인 지난해 12월 1차 국가표준영정심의위원회를 통해 작가에게 밑그림의 마루바닥 배경, 손의 모양, 태극기의 상태 등 일부 수정만 요구해 놓은 상태다.

심의가 미뤄지는 데는 문광부의 눈치보기도 한 몫하고 있다. 문광부 관계자는“영정을 교체할 경우 장 화백의 친일논란 시비 때문에 의한 것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고 국내 77개 영정 가운데 상당수가 교체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어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납득하기 힘든 이유지만 이마저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장 화백이 사망하기 전 친일행적 논란의 와중에서도 3차례에 걸쳐 심의위를 열었고, 작가가 동일인이라는 이유로 영정의 교체 또는 해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천안시 관계자는 “교체를 전제로 장 화백이 새로 제작할 때 심의과정에서 아무 문제 제기가 없었다”며 “작가 교체 이후 논란이 불거진 이유를 모르겠다”도 주장했다.

천안대 유관순연구소 박충순 교수는 “현재의 영정은 유 열사의 청순함이 드러나지 않는 등 애국소녀의 상징성이 부족하다”며 “40대 중년모습이 아닌 학창시절 사진에 나타난 이미지를 표현한 영정으로 교체돼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시는 9월28일 유관순 열사 추모제때 새로운 영정을 봉안할 계획이었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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