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학교폭력 대책차원에서 특정교사에게 ‘준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당 지병문 학교폭력예방ㆍ근절을 위한 정책기획단장은 24일 “교사들이 청소년 유해업소에 대한 학생선도활동을 해왔으나 아무런 권한이 없어 출입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부장 등 특정교사에게 ‘준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학교폭력이 방과후 교외활동시간에 유흥주점, 노래방 등 유해업소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지도교사에게 법적 단속권을 주면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란 근거에서다.
식품이나 공중위생 등의 탈ㆍ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해당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관’의 권한을 주는 것처럼 교사에게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대등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우리당은 21일 교육부를 주관부서로 여성가족부, 청소년위원회 등 10개 부처가 참가한 가운데 교사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학교폭력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 결론을 내렸다.
회의에 참석한 여당 관계자는 “학교폭력 관련 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청소년 출입이 금지된 유해업소에 대한 지도활동을 위해 학생부장 등 특정교사에게 단속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학교폭력 발생시 가해 학생 부모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학부모 소환권’을 행사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여당의 이 같은 방침이 알려진 뒤 단속관련 교사들은 필요하다는 반응이었으나 일반 교사들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등 신중했다. 한 교사는 “교사가 경찰관 역할까지 하는 등 단속만 강화한다고 학교폭력이 근절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전교조 한만중 대변인은 “교사의 정체성을 놓고 아이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발상”이라며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다양한 상담을 제공하기 위해 사회복지사를 늘리는 게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A중학교 박모(40)교사는 “학생부장 한명이 단속권한을 갖는다 해서 무슨 큰 실효가 있겠느냐”며 “방과후 건전한 놀이문화를 즐길 수 있는 청소년 시설을 만드는 게 우선 순서”라고 꼬집었다.
유해업소 단속 권한이 절실하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학생부장인 서울 J고 최모(50세)교사는 “노래방 등에 합동지도단속을 나가면 ‘무슨 권한으로 이러느냐’는 항의를 받기 일쑤며 심지어 폭행까지 당한다”며 사법경찰권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정은 27일 회의를 다시 열어 최종방침을 결정한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