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관순 열사와 함께 3ㆍ1운동을 했으나 완전히 잊혀져 버린 애국지사 48명의 숭고한 항일 정신이 87년 만에 햇빛을 보게 됐다.
충남 천안시는 24일 병천면 탑원리 유관순기념관 옆에 추모각을 세우고 병천라이온스클럽 사무실에 방치된 이들 애국지사 위패를 모두 봉안키로 했다고 밝혔다.
1919년 4월1일 병천 아우내 장터는 유관순 열사와 함께 수많은 선열들이 일제에 항거해 독립만세를 외쳤다. 김구응 선생 등 애국지사 19명이 일제의 총에 맞아 현장에서 순국했고, 유 열사와 조병옥 박사의 부친 조인원 선생 등 29명이 부상하거나 옥고를 치렀다.
그러나 이들을 기리는 변변한 추모시설 하나 없어 지역 주민들도 이들의 희생을 알지 못했다. 병천면 출신 향토사학자 김재홍씨가 1993년 위패를 만들어 매년 8월15일 추모제를 지낸 게 고작이다. 그나마 위패는 둘 자리가 마땅치 않아 병천면사무소 창고에서 방치됐고, 98년 김씨가 숨진 뒤에는 추모제도 중단됐다. 거미줄과 먼지 속에 파묻혀 있던 위패는 창고에 빗물이 스며드는 바람에 훼손됐다. 결국 위패는 2004년 병천라이온스클럽 사무실로 옮겨졌다.
선열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자책하던 병천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은 이후 매년 4회씩 제례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들은 “위패를 우리 사무실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추모시설 마련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주민과 향토사학계의 노력은 마침내 열매를 맺었다. 천안시는 2007년까지 유관순기념관 옆에 위패와 유품을 봉안할 30평 규모의 추모각을 짓기로 했다. 시는 다음달 1일 3ㆍ1절 기념식에서 아우내 순국지사 19명을 기리는 추모의 종도 타종할 계획이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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