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에서 메주와 함께 살면서 위암수술의 후유증을 모두 극복했습니다.”
하늘아래 첫 동네인 경북 청송군 부동면 항리 속칭 얼음골의 ‘청송얼음골 황토메주된장마을’ 이원식(62ㆍ사진) 사장. 그는 위암수술의 후유증으로 30년 공직생활을 접고 제2의 인생 개척에 성공한 농사꾼이다.
아는 사람 하나없는 청송에 터를 잡은 그는 건강을 되찾은 것은 물론 웰빙식품 메주로 연매출 1억원을 거뜬히 달성하는 새마을지도자로 변신, 제2의 성공인생을 살아가고있다.
1969년 공직에 몸담은 이 사장은 대구시의회 공보계장으로 일하던 1995년 가을 대구가톨릭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고 위를 3분의 2나 잘라냈다. 그 후 대구시 예산1계장으로 복귀했지만 과중한 업무를 견디지 못해 98년말 명예퇴직했다.
전국의 유명한 산과 일본 후지산까지 오르며 등산으로 몸을 추스르던 그는 99년 연고가 전혀 없는 청송에 부인 최옥순(54)씨와 함께 정착했다. 이 사장은 사람구경도 하기 힘든 이곳 1,200평의 밭에서 농사를 짓던 틈틈이 장을 담궈 친척들과 대구의 동료들에게 나눠 줬다. 지하 210㎙의 암반수를 사용하는 장맛이 널리 입소문을 타고 알려지면서 200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메주인생을 밟게 된다.
매년 10월말 햇콩으로 메주 5,000여장을 만들어 이듬해 음력 정월 된장을 만드는 그는 청국장과 청국장가루, 간장 등 전통 장류로 옛맛을 이어가고 있다. 국산콩을 고집하는 그는 메주를 만들 때 직접 발로 밟는 등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장은 옛날 어머니의 손맛과 사람냄새가 우러나야 한다.” 그의 장담그기 비법이다.
그는 전국 홈쇼핑과 백화점에 매장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고 인터넷(www.imeju.com)과 전화주문(054-873-8430)만 받고 있다. 유통마진에 따른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고집이다.
초창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청송 현지인들을 잘 몰라 품질 좋은 국산콩을 구입하느라 애를 태웠다. 지금도 노동력이 부족한 시골에서 일손을 찾는 게 큰 일이다.
이 사장은 요즘 된장과 청국장을 담그는 거 외에도 암치료 상담에 바쁘다. 암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찾은 그의 조언을 얻으려는 전화와 편지, 방문이 줄을 서기 때문이다. 또 항리 영농회장과 새마을지도자이기도 한 그는 밭에 1,000여그루의 참두릅을 심는 등 영농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청송=전준호 기자 jhj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