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의 스타급 전문경영인들이 대주주와 갈등 끝에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있다.
24일 업계 따르면 반도건설 임승남 회장은 오너인 이 회사 권홍사 사장과 수개월간 갈등을 빚다 23일 사표를 냈다. 또한 지난해 전임 사장의 횡령, 구속으로 어수선한 회사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수습한 남광토건 송시권 사장도 21일 대표이사에서 경영고문으로 물러났다. 이에 앞서 현대건설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지송 사장이 내달말 주총을 앞두고 지난주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불과 몇 달전만 해도 ‘쾌속질주’, ‘CEO가 직업’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로 성공적인 전문경영인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도건설 임 회장은 1964년 롯데에 입사한 후 롯데제과, 롯데월드, 롯데건설 등 롯데 계열사에서 25년이나 사장을 지낸 국내 최장수 전문경영인. 2004년 9월 롯데건설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그 해 12월부터 7개월간 우림건설 회장을 지내다가 작년 7월 반도건설 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이 뜻 한번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채 취임 8개월만에 물러났다고 아쉬워했다.
남광토건 송 사장은 대림산업에서 28년간 근무하면서 자신이 고안한 ‘e-편한세상’을 톱브랜드로 끌어올린 주역. 지난해 2월 남광토건에 취임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지난해 수주액(약 1조원)의 대부분을 자신이 수주할 정도로 열정적인 사업의욕을 과시해왔으나 앙골라 사업 등에서 대주주와 의견이 대립돼 중도 하차했다.
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은 이라크 미수금 처리, 해외부실공사 정리, 서산간척지 개발 등 굵직한 현안을 처리해 현대건설을 정상화시킨 일등공신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매각작업을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는 인물을 찾겠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이 사장의 입지가 좁아졌고, 급기야 자진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전문경영인들이 오너와의 갈등 끝에 사임하는 사례가 늘자 건설업계에서는 모처럼 꽃을 피우려던 전문경영인 시대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경영자는 “앞으로 건설업체에 대한 인수합병(M&A)이 본격화할 경우 이러한 사례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처럼 철저하게 사업실적에 근거해 전문경영인의 진퇴를 결정하는 분위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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