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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피플파워 20주년 하루 앞 비상사태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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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피플파워 20주년 하루 앞 비상사태 선포

입력
2006.02.27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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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에 반대하는 군부 쿠데타 기도가 실패로 끝난 지 이틀 만인 24일 필리핀 전역에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비상사태는 계엄령 전단계이다.

아로요 대통령은 24일 TV와 라디오를 통한 연설을 통해 최근 소장파 장교들에 의한 쿠데타 음모 적발과 ‘피플파워’에 의한 정부 전복 시도 재현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01년 1월 20일 2차 피플파워를 통해 조지프 에스트라다를 권좌에서 쫓아낸 뒤 집권한 아로요 대통령이 3차 피플파워를 저지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다.

이날은 1986년 독재자 페르디난도 마르코스를 축출했던 1차 피플파워 20주년을 하루 앞둔 날이다. 비상사태 선포로 페소화 가치는 2년 9개월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했다. 증시도 1% 이상 하락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새벽 국가안보위원회 회의에서 “비상사태 선포는 야권과 극좌, 우익 세력들이 합법적인 정부를 축출하기 위해 연속적으로 취해온 기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군의 일부 세력이 지휘체계에서 벗어나 민간정부를 축출한 뒤 군사정권 수립을 기도한 것으로 드러나 이를 분쇄했다”며 “최고 통수권자로서 군과 경찰에 보다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비상사태선포에 따라 집회가 금지되고, 영장없는 체포와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언론보도에 대한 통제도 가능하게 됐다. 야근통행 금지령은 포함되지 않았다. 수도 마닐라로 향하는 주요 고속도로와 시내 곳곳에는 무장 경찰이 배치되는 등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는 25일 예정된 피플파워 20주년 기념식도 취소했다.

그러나 5,000여 시민들은 이날 1986년 피플파워 현장의 기념관으로 모여 들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군과 경찰은 바리케이드를 제거하고 기념관으로의 난입을 시도하는 시위대에 맞서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야당 등은 “비상사태를 선포할 정도로 혼란스럽지는 않는데도 아로요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쿠데타 기도를 원천 차단하고 국민들로부터 동정심을 사서 정권을 연장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지난해 실시된 대선에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부정 개입했으며 변호사이자 사업가인 남편 호세 아로요와 하원 의원인 아들, 시동생이 불법도박조직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퇴진 압력을 받아왔다. 이런 이유 외에도 필리핀 야당과 국민들은 아로요 대통령의 비전 부재와, 고질적인 빈부격차, 부실한 개혁의지, 맹목적 숭미정책 등을 비난하고 있다.

1961~1965년 부정부패 척결을 내세우며 필리핀을 이끌던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전 대통령의 딸인 아로요 대통령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함께 미국 워싱턴 조지타운대에서 2년간 경제학을 공부, 경제대통령을 자처해왔다. 부패척결 등 개혁 마인드 등으로 필리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2001년 대통령에 올랐으나 결국 경제정책 실패와 부패 연루 등의 혐의로 또 다른 피플파워에 의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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