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새 추기경 서임의 의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새 추기경 서임의 의미

입력
2006.02.27 02:31
0 0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은 한국 천주교회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영광이다. 추기경은 전 세계 12억 신자를 포용하는 천주교회의 수장인 교황을 보필하는 최고위 성직자이며, 그 수는 이번에 새로 추기경으로 임명된 15명을 포함해 193명에 이른다. 이들은 출신 국가별로는 약 60개국에 속한다.

이들은 교황 유고 시 교황 선출권을 갖는데, 교황 선출권은 만 80세 이하의 추기경들에게만 유보되어 있다. 규정상 추기경단의 정원은 160명, 교황 선출권을 갖는 추기경은 120명으로 한정돼 있지만 교황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

추기경은 교황과 함께 전 세계 교회와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천주교회의 최고 정책을 수립하는데 참여한다. 말하자면 세계 천주교회의 상원 의원인 셈이다. 그런 만큼 정 추기경 임명으로 한국인 두 분이 천주교회의 최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게 된 것이어서 한국 천주교회 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에도 큰 뜻이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의미 있는 대목은 서울대교구장이 김수환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로 추기경으로 임명돼 이제 한국의 수도 서울이 추기경을 갖는 전통이 세워지게 됐다는 점이다.

원래 추기경 임명은 전통적으로 천주교세가 강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1960년대 이후 천주교회가 세상의 인간화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세상에 대해 열린 자세로 세상과 대화하려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구하면서 제3세계 국가들에도 폭 넓게 문호가 개방돼 왔다.

그러므로 추기경 임명은 반드시 그 나라의 교세만을 기준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 추기경을 두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종교는 그 자신의 신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백성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새 추기경이 탄생한 것은 한국 천주교회가 외국 선교사들이 아닌 한국 평신도들이 스스로 세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전통을 갖고 있는 교회로서,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다음으로 큰 교회로 성장했다는 배경 때문 만은 아니다. 여기에는 한국과 한국 교회가 지구촌화 돼가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세상의 인간화를 위해 국력과 교세에 걸맞은 일을 해야 한다는 기대의 표현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교황과 교황청이 한국 교회에 거는 기대는 아시아, 특히 동북 아시아의 백성들이 하느님을 알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건설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라는 것이다.

교회의 역사로 볼 때, 처음 천 년은 교회가 유럽에 뿌리를 내렸고, 두 번째 천 년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자리를 잡았으며, 이제 세 번째 천 년에는 아시아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그리고 이 일을 한국 천주교회가 교황을 중심으로 전 세계 교회와 함께 해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추기경을 한 분 더 갖게 된 한국 천주교회가 앞으로 짊어져야 할 책임은 실로 막중하다. 안으로는 자신부터 하느님의 뜻에 맞는 교회로 더욱 새로워져야 하고 밖으로는 온 겨레가, 더 나아가 아시아의 모든 백성들이 생명을 존중하며 참 생명을 누릴 수 있도록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급히 진력할 일은 우리 민족이 서로 화해하고 북한 동포들이 신앙의 자유를 누리며 더욱 인간답게 살도록 하는 일이다.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고 있는 정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은 이러한 점에서도 매우 뜻 깊은 일이다.

한홍순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