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는 서민이라고 장난치는 겁니까.”
지난해 11월 7일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부활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시행 3달 반 만에 또다시 적용 대상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바뀌면서 서민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건설교통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 등에는 정부의 졸속 행정을 비난하는 글이 빗발을 치고 있고 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창구는 바뀐 제도에 대한 문의와 항의로 시달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년간 한시적인 시행에 들어간 제도가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제도 도입 후 한 달에 한번 이상 꼴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은 도입 한 달 만에 기금 고갈이 우려돼 일선 은행 창구에서 대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정부의 수요예측이 잘못됐음을 드러냈다. 정부가 소득조건을 까다롭게 하는 등 대출조건을 강화해 서둘러 ‘땜질’에 나섰지만 그 역시 한계를 드러내며 한 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또 다시 ‘수리’됐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이 네 차례나 뜯어고쳐졌지만 정작 혜택을 봐야 할 서민들의 상당수가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연 5.60%) 이상을 부담해야 할 판이라 본래 취지를 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땜질식 뒷북행정의 피해자는 늘 서민이라는 등식이 이번에도 성립된 꼴이다.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대출의 실책이 정부가 내달 발표할 2단계 부동산 대책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칼을 빼 든 정부가 한 달도 되지 못해 정책을 다시 뜯어고쳐야 할 정도로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데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를 것이며, 시장은 또 안정되겠는가. 어수룩한 졸속 행정으로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린 정부의 모습이 안타깝다.
전태훤 경제산업부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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