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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7> 약은 부작용과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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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창 교수의 마음건강 365] <7> 약은 부작용과 동반자

입력
2006.02.27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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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약은 입에 쓰다(良藥苦口)’는 속담이 있습니다. 듣기 싫은 충고라고 하더라도 도움이 되는 말이라면 참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이겠지요. 말 그대로를 본다면 전통적으로 약재를 달여 먹던 시절에 약이라는 것이 다 쓴 맛이었으니 참고 먹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서 나온 말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요즘에는 제약 기술이 발달해서 입에 쓴 약을 만나기가 오히려 어렵습니다. 어떤 약은 맛이 좋아 자꾸 더 먹고 싶을 정도니까요. 때문에 이 속담은 이제 약물의 효과보다는 부작용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약이라는 것은 정확히 원하는 작용만 나타나면 좋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고 여러 부작용도 함께 나타납니다. 하지만 약을 먹음으로써 얻어지는 효과가 부작용보다 더 크기 때문에 쓰게 되는 것이지요. 즉 내 건강을 위해서는 쓴맛을 참고 약을 먹듯이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하고 약을 복용해야 할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신건강을 위해 복용하게 되는 약물도 마찬가지 입니다. 중추신경계를 비롯한 신경계통은 우리 몸 전체를 조절하며 그만큼 복잡하기 때문에 관련 약물에 따른 부작용도 상당히 다양하고 많습니다.

다행히 요즘에 새로 개발되는 신경정신계 약물들은 부작용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어떤 약은 진정작용이 약하고, 어떤 약은 체중증가가 없다는 식으로 다양화되어 환자별 특성에 따라 건강에 해가 되거나 일상생활에 방해가 되는 부작용을 최소로 줄이는 맞춤치료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약을 처방하는데 득과 실을 따지는 것이 어려운 문제는 아닙니다. 마음의 병으로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권유받았다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응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치료에 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요.

첫째, 의사가 권하는 치료의 득과 실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합니다. 진료를 빨리 끝내려는 의사를 붙잡고 하나라도 더 묻고 자신의 상태에 대해 하나라도 더 자세히 말해주어야 합니다. 효과적인 진료를 위해서 자신의 증상과 의사에게 질문할 것을 미리 적어본다든지 이전에 다닌 병원에서 먹던 약이나 소견서를 챙기는 등 진료 전에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의사에게 묻고 책과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되 그것이 오히려 병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즉, 신경성 증상이 있는 분들은 자신의 신체 증상에 대해 매우 예민한 편인데 약물에 대한 설명서를 읽고 자의적으로 해석해버리면 증상과 걱정이 심해지는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담당 의사의 가이드를 통해 이해하십시오. 아마도 가족들이 완급을 조절해주어야 할 때가 많을 것입니다.

셋째, 참고 넘기기 어려운 부작용이 우려되거나 나타나는 경우 병원 방문을 중단하거나 병원을 바꾸지 마시고, 그 약물을 처방한 의사와 적극적으로 상의하십시오. 같은 약물이라고 해도 효과와 부작용에 어느 정도의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맞는 약과 용량을 결정하는 데는 몇 번의 시행착오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무슨 약인지도 모르는 채 믿고 복용하는 경우라도 부작용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의사에게 말해야 합니다.

넷째, 병이 다 나았다고 생각돼도 의사와 상의 없이 복용을 중단하지 마십시오. 대개의 정신신경계 약물들의 경우 복용이 갑자기 중단되면 신체는 약물의 효과가 없어진 것을 보상받기 위해 전신에서 다양한 반동 증상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경우 병이 재발했다거나 약물에 중독이 된 것으로 오인해 낙담하거나 임의로 병원을 바꾸면서 치료가 지연되는 일이 많습니다. 약을 줄여도 되는 때인지 먼저 상의해야 하고, 약물에 따라 적합한 방법으로 약을 줄이거나 끊어야 합니다.

의사는 점쟁이나 마술사가 아닙니다. 진료실을 찾는 여러분 스스로가 현명한 조력자가 되어주지 않는다면 약물 치료의 득과 실을 잘 따져 효과적으로 병을 치료하는 명의가 될 수 없습니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윤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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